젊은 의사들 흰 가운 입고 시민들 향해 호소… "포괄수가제 결사 반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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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무분별한 인체실험 즉각 중단하라"
"의료를 돈으로 환산하는 대한민국, 복지국가 타이틀을 포기하라"
"저질의료 조장하는 포괄수가제를 결사 반대한다'

전공의들이 흰 가운을 입고 거리로 나서 시민들을 향해 외쳤다. 1일부터 종합병원급 이상으로 확대시행되는 포괄수가제 폐지를 위한 목소리였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경문배, 이하 대전협)는 30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대한의사협회 3층 회의실과 광화문 일대에서 '전국전공의포괄수가제 강제시행 반대 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서울ㆍ경기를 비롯해 전남, 대구 지역의 전공의들이 흰 가운을 입고 의협 회의실로 모였다. 더불어 의협 노환규 회장, 민주의사회 조행식 회장,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부회장,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조원일 회장 등 의료계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포괄수가제 강제시행 반대에 힘을 보탰다.

▲ 30일 의협 회의실에서 진행된 '전국전공의 포괄수가제 강제시행 반대집회'

대전협 경문배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올바른 의료정착을 위한 오늘 이 자리는 대한민국 의료계 역사에 길이 기억될 것"이라며 "포괄수가제가 폐지될 때까지 여러분의 목소리를 힘있게 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연대사를 전한 의협 노환규 회장은 지난 해 이맘 때 의원급 의료기관 대상 포괄수가제 시행을 반대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노 회장은 "의사들은 스스로 노예라고 말한다. 하지만 의사에게 '당신들은 노예다'라고 하면 발끈한다. 그래서 노예 해방이 어렵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스스로 노예임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포괄수가제를 막야야 하는 이유는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사에게는 정당한 대가를 받을 권리, 그리고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다할 권리가 있다. 이 두 가지 권리를 위해 포괄수가제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일부는 포괄수가제 강제시행을 하루 앞두고 반대집회가 무슨 소용이냐는 시선을 보내지만, 포괄수가제는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제도"라며 "앞으로 현장에서 많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이를 빠짐없이 기록해 국민에게 낱낱이 알려주길 바란다. 현장 전문가의 의견 엇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제도가 어떤 결과를 보여주는지 여러분이 나서 정확히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대협 조원일 회장이 나서 포괄수가제에 대한 의대생들의 입장을 전했다. 조 회장은 "의료는 공산품이 아니다. 마치 공산품 찍어내듯 획일화된 치료법을 강요하는 포괄수가제는 잘못됐다. 의대협은 이번 반대 집회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 포괄수가제 강제시행을 반대하며 가두행진 중인 전공의들.

의협 회의실에서 집회를 마친 전공의들은 광화문으로 자리를 옮겨 가두행진을 벌였다. 포괄수가제로 더 이상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아 ‘최선의 의료 장례 퍼포먼스’로 진행됐다. 상주 복장을 한 전공의가 영정 사진 대신 '최선의 진료, 의료의 질, 국민건강'이라고 써있는 액자를 들고 앞장섰다.

폭염 속에서도 전공의들은 흰 가운을 입은 채로 광화문 우체국에서 보신각을 지나 탑골공원까지 행진했다. 행진 중간마다 대전협 경문배 회장은 "국민 여러분, 전공의가 종로 한바닥에 나온 이유를 아십니까?"라며 포괄수가제의 심각성에 대해 외쳤다.

이번 행진의 종착지인 탑골공원에 도착하자 경 회장은 결의문을 낭독했다. 결의문에는 ▲노인과 임산부에게 저비용 치료를 밀어붙이는 포괄수가제는 반드시 실패할 것 ▲정부는 선시행 후보완이라는 미명 하에 무분별한 인체 실험을 즉각 중지하고, 의료의 질을 상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철저히 마련 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 탑골공원 앞에서 결의문을 낭독하는 대전협 경문배 회장.

이같이 도심 한복판에서 진행된 전공의들의 가두행진은 시민들의 눈길과 관심을 끌었다. 60대의 한 시민은 "어디에서 나온 의사들이에요? 월급 올려달라고 그러는거에요?"라며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다른 시민(34세)은 "포괄수가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 이렇게 더운 날 가운까지 입고 의사들이 나온 모습을 보면 그렇게 심각한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포괄수가제가 완전 철폐될 때까지 국민들에게 위험성을 알리고 끝까지 투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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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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