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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지 실은 한국형 로버 … 지구서 우주인터넷 통해 조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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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의 2020년 달 탐사 계획은 투 트랙으로 진행하는 걸로 윤곽이 잡혔다. 현재 기술이 모자란 부분은 국제협력을 통해 보완하고,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는 분야는 적극적으로 독자 신기술 개발에 나선다는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10년부터 자체적으로 달 탐사 기반연구를 해왔다. 지난해 말에는 달 환경에서 100㎏ 중량을 들어올릴 수 있는 탐사선 시험모델의 추력·자세제어 시험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멀고 먼 달까지 가려면 탐사선 구조를 가볍게 설계하는 기술이 긴요하다. 지구와 달의 인력까지 동시에 고려한 유도항법제어기술도 절대적이다. 궤도·착륙선에 원격 명령을 내리고 탐사선이 보낸 데이터를 수신할 수 있는 심(深)우주네트워크(DSN)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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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진은 이를 위한 주요 협력대상으로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꼽았다. NASA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2020년까지 달에 다시 사람을 보내는 계획(콘스털레이션 프로젝트)을 추진했다. 하지만 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30년 화성 유인탐사로 방향을 틀었다. 2017년, 2021년 달에 무인·유인 탐사캡슐을 보낼 예정이긴 하나 달 탐사가 아니라 화성 탐사를 위한 전초기지 건설이 목적이다. 그간 달 연구에 매달려온 NASA 과학자들은 새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NASA 본부와 에임즈연구센터(ARC)·제트추진연구소(JPL) 등을 방문하고 돌아온 달 탐사 연구책임자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특히 ARC가 한국과의 협력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ARC는 하반기 발사될 미국 달 대기 관측선(LADEE)을 개발한 곳이다. NASA 안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달 탐사를 해온 연구소다. 이곳 과학자들은 한국에 시험용 궤도선 공동설계와 산하 태양계탐사연구소(옛 달탐사연구소)에 준회원으로 가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풍부한 달 탐사 데이터를 갖고 있는 태양계탐사연구소 회원이 되면 한국의 달 과학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로버(탐사 로봇), 원자력전지, 우주인터넷 등은 상대적으로 국내 기술 자립 가능성이 큰 분야로 꼽힌다. 한국 달 착륙선에 실릴 로버는 라면상자 크기에 무게는 20㎏ 안팎에 불과하지만 착륙지 40㎞ 밖까지 가서 각종 탐사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2011년 화성에 착륙한 NASA의 큐리오시티(중량 900㎏, 36㎞ 이동)에 비해 덩치는 작지만 활동성은 더 좋은 셈이다. 연구에 참여한 강성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닉스연구단장은 “여태껏 개발된 로버 중에서 최고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전지는 태양전지와 함께 로버의 동력원으로 쓰일 예정이다. 큐리오시티는 플루토늄238로 만든 원자력전지를 채택했지만, 한국은 핵 재처리 과정에서 폐기물로 나오는 스트론튬90으로 전지를 만들 계획이다. 한·미 원자력협정 탓에 플루토늄의 반입·가공이 어렵기 때문이다. 스트론튬 전지는 두꺼운 방사선 차폐막이 필요해 플루토늄 전지에 비해 무게가 많이 나간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전기연구원은 500g으로 20㎏짜리 로버를 한 달 이상 움직일 수 있는 ‘한국형 스트론튬 전지’를 연구 중이다.

 우주인터넷은 지상과 달 궤도·착륙선, 로버를 인터넷 프로토콜(데이터 교환 방식)로 연결하는 것을 뜻한다. 이게 성공하면 지상에서 인터넷으로 달에 있는 로버를 움직이거나, 착륙선에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지구에서 인터넷으로 바로 받아볼 수 있게 된다. 현재 쓰이는 우주 통신망이 일대일 통신만 가능한 반면 사람과 사람, 기계와 기계 사이의 다대다 통신도 가능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이병선 위성시스템연구실장은 “여러 대의 로버, 여러 명의 우주인이 동시에 교신이 가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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