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 축구 전문, 이광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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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광종(49)은 한국 축구에 낯선 이름이다. 그러나 유소년 축구에서 그의 이름 석 자가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그는 터키에서 열리고 있는 20세 이하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을 이끈 감독이다.

 한국은 1승1무1패로 조 3위에 머물렀지만 와일드카드로 결선 토너먼트에 합류했다. 나이지리아와 3차전에서 0-1로 패했지만 쿠바에 2-1 역전승을 거두고, 유럽 강호 포르투갈에도 당당히 맞서며 2-2 무승부를 기록해 거둔 성과다. 축구팬들은 “간신히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오른 형들보다 청소년 대표팀이 훨씬 더 화끈하게 뛴다”고 칭찬했다.

 한국은 2009년부터 세 대회 연속 청소년 월드컵 16강에 올랐다. 2000년대 초반 축구협회가 도입한 유소년 육성 시스템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게 축구계의 분석이다. 14년째 유소년 축구에서 묵묵히 한 우물을 판 이 감독은 그 숨은 주역이다.

 한국은 1983년 멕시코에서 열린 청소년 월드컵에서 박종환 사단이 4강 신화를 썼다. 그러나 이후 착실히 추격한 일본에 추월당했다. 일본은 99년 나이지리아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은 이에 자극받아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이광종은 2000년 유소년 전임지도자 1기로 축구협회에 들어갔다. 자신이 조련한 선수들과 함께 성장하며 12세·17세·19세·20세 대표팀을 두루 역임했다.

 그를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소신과 축구철학이 뚜렷해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감독”(윤종석 축구협회 기술위원)이라고 평가했다. 그와 유공에서 선수 생활을 함께한 김봉길 인천 감독은 “기술도 좋지만 근성은 더 뛰어난 선배다. 체격은 작지만 지치지 않고 뛰었던 선수”라고 회상했다. 박주영(아스널)과는 2004년 아시아선수권을, 손흥민(레버쿠젠)과는 2009년 17세 월드컵을 함께 치렀다. 이청용과 기성용 역시 청소년 대표 시절에 이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이재철 축구협회 홍보팀 대리는 “웬만한 축구 유망주치고 이 감독 머릿속에 없는 선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한국처럼 유소년 시스템을 잘 갖춘 나라도 없다. 나는 운이 좋아 좋은 경험을 많이 쌓았다”며 “한국 유소년은 섬세한 기술에서 세계 수준에 못 미친다. 그러나 정신력이란 무기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4일 콜롬비아(2승1무·C조 1위)와 16강전을 치른다.

김민규 기자

이광종 감독은 …

● 생년월일 : 1964년 4월 1일 ● 학력 : 통진고-중앙대

● 선수 경력 : 유공(1988~95), 수원 삼성(1996~98)

● 지도자 경력 : 축구협회 전임지도자(2000~현재)

2004년 AFC U-19 챔피언십 우승(수석코치)
2007년 FIFA U-17 월드컵 8강(감독)
2011년 FIFA U-20 월드컵 16강(감독)
2012년 AFC U-19 챔피언십 우승(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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