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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속」 내세운 수술|공화당 대숙당의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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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3면

「4·8 항명파동」의 주동자들을 처단하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강경지시는 소속의원 5명의 제명으로 일단락됐다. 당기위가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권오병 문교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에서 조직적인 반발을 한 약20명의 의원을 대상으로 조사활동을 진행하는 동안 당내에는 징계범위를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리나 박 대통령의 결의가 워낙 굳어 그 범위가 『최소한』으로 줄어들지는 못했다. 제명대상자를 최종 확정할 14일 하오 청와대모임은 일부 당간부들이 희망했던 3명의 최저선을 무너뜨린 것이다.

<세력분포에 영향>
어쨌든 이번 숙당은 공화당을 그 근저에서부터 흔들었고 창당이래 최대의 것이었기 때문에 이제부터의 공화당 내 세력분포와 앞으로의 당진로에 시사하는 바 크다.
숙당의 결과는 당지도권의 강화를 가져왔다. 지난 10일 숙당지시를 내린 청와대 확대간부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의원들의 반발을 『당지도권에 대한 정면도전이며 당의 위신을 추락시키기는 행위』라고 단정했다. 일부 의원들이 조직적인 행위로 당명을 어긴 것은 사실 당간부들에 대한 불신 내지 지도방향에 대한 불만에 큰 원인이 있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란」 표면중시>
박 대통령이 전에 없이 강경한 태도로 소속의원을 대량 제명조처한 것은 무엇보다도 당지도권을 뚜렷하게 세우려는데 있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공화당을 기왕의 정당과 다른 정당』으로 이끌려는 것이었다. 이번 숙당은 공화당의 71년 재집권을 향하는 「당론조정」에 새로운 전기를 줄 것 같다.

<3분의2 모자라>
제명 당한 5명의 의원들은 「당론조정」에 순응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며 이들은 자신의 거세가 「표의 반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데에 이유가 있다고 믿고있다.
5명의 거세가 그들에 동조하던 의원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아직 짐작이 안가지만, 적어도 중도적인 입장에 섰던 사람들을 당론조정에 참여시키기는 전보다 쉬워졌다고 봐야할 것 같다. 제명에 의한 「수의 손실」이 있긴 하지만- (공화당만으로는 원내의석 3분의2인 1백17명서 8명이 모자란다)
숙당의 여파는 원내 및 당요직의 개편을 앞당겨 가져올 것 같다. 제명 당한 양순직 국회재경위원장, 예춘길 상공위원장은 이미 상위장직 사의를 표했다.

<요직개편 달라져>
두 상위장의 보선을 서두르지 않더라도 6월 중에 있을 원내요직개편은 양상이 퍽 달라질 것 같으며 요직개편에서는 당내결속을 최대한 고려하여 원내총무에 온건주류인 김택수 의원을 기용한 배려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제명결의를 한 15일의 의원총회는 당초 예상과 달리 순식간에 끝나버렸지만. 회의장을 나서는 의원들의 침울한 표정은 제명이 던져준 심각한 영향을 엿보게 했다. 동료의원의 제명에서 받게될 위축감이나 무기력감을 의원들의 결속으로 전환시키는데는 정치적 기술과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소산 안굽힌 5명>
제명이 결정된 5명의 의원이 당외 무소속으로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소신을 끝내 관철하겠다는 의사를 표한 것은 이번 숙당이 그것만으로 문제를 풀어버렸다고 보기는 어렵게 만든 것이다. 결국 공화당은 숙당이란 수술을 해내면서 최초의 목표를 달성했지만 거기서 받은 상처를 치유해야할 과제도 안게 된 셈이다 <윤용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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