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1)방송·통신대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해마다 입학기가 되면 대학에 진학할 자녀들을 둔 부형들은 학교 선택과 학자금 마련에 큰 걱정을 하게된다. 『남들이 다 보내는 대학에 안보낼수도 없고 대학을 졸업했다해도 허울좋은 간판만 갖게된다』는 것이 흔히 항간에서 들리는 말이다. 심지어는 대학 졸업장이란 여자에게는 혼수감의 일종이며, 남자에게는 취직하기위한 증명서로 통하기까지한다. 이런 말이 나오게 된것은 대학교육이 양적으로는 늘어났으나 질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인것으로 생각된다.
대학교육의 목표는 심오한 학문연구를 통해 원만한 인적도야와함께 건전한 사회인을 양성하는데 있다고 믿는다. 요즘 사회 각 분야의 지도자급 인사를 보면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도 많으나 온갖 역경과 난관을 뚫고 독학으로 웅지를 편『의지의 사나이』도 적지않다는것을 알수있다.
대학을 졸업해야만 출세(?)할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6·25동란후 혼란기를 틈타 병역 연기등의 혜택을 받기위해 너 나 할것없이 덮어놓고 대학의 문을 두드렸던 일이 생각난다. 지금도 일부 빈농의 부형들은 자녀를 대학에 보내려고 논과 발, 소까지 팔아가며 뒷바라지를 하다가 끝내는 가산을 탕진하는 일이 비일비재다. 『한국에서는 학사중 없는것도 불출(不川)이다』고 일컬을 정도다. 하지만 가난한 학생들에게도 배움의 길이 열린다는 보도가 있다. 문교부는 독학자들을 위해 내년부터「방송통신대학」을 설치키로하고 그운영방안을 마련중이라고한다.
문교당국의 이와같은 계획은 가난한 가정의 자녀들에게 향학의 길을 열어주는데 다시없는 좋은 기희가 될것이다. 그러나「방송통신대학」의 운영을 자칫 잘 못하면 속빈 학사를 또다시 양산하는 결과가 빚어질 염려도 없지않다. 문교당국은 이들뿐인 학사를 만들어 내지않도록 각별히 조심하여 빈틈없는 운영방안을 세워야 될줄안다. 고학자의 한사람으로 「방송통신대학」의 건전한 발전을 빌어 마지않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