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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도 아닌데 대단? … 열악한 상황서 일군 '꼴찌들 반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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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7년만에 감격의 첫 승을 올린 천안 부성중학교 럭비부 선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팀 창단 후 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던 천안 부성중학교(교장 조영종) 럭비부가 당당히 첫 승을 따내며 그동안의 설움을 떨쳐냈다. ‘꼴찌들의반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값진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엔트리를 채우기도 버거웠던 부성중 럭비부는 이번 첫 승을 발판으로 앞으로 4강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제42회 전국소년체육대회(이하 전국소년체전)에 충남 대표로 참가한 부성중학교 럭비부는 1회전에서 전북대표 이리북중학교를 만나 48대 12로 꺾고 창단 이래 첫 승을 거두는 쾌거를 올렸다. 또 2회전에서 맞붙은 대구 평리중학교와의 경기에서도 아깝게 패하긴 했지만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경기가 아닌 팽팽한 접전을 펼쳐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일부에서는 ‘2관왕, 3관왕을 차지한 선수들도 있는데 1승 한 것이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부성중학교 럭비부의 첫 승은 천안을 넘어 충남 체육의 기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부성중학교에서는 그동안의 설움을 씻어낼 수 있는 통한의 1승이라며 자축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단 1승에 목말랐던 부성중학교 럭비부는 그동안 충남을 대표하는 팀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자신감을 상실한 상태였다.

 부성중학교는 지난 2007년 고등학교 럭비부의 원활한 선수 확보를 위해 정책적으로 팀을 창단하게 됐다. 하지만 럭비는 프로팀이 있는 축구나 야구와는 달리 비인기 종목인데다 과격한 스포츠라는 인식 때문에 12명이나 되는 엔트리를 맞추기 조차 버거웠다. 더욱이 충남도내 중학교에서 유일하게 창단된 럭비부이다 보니 제대로 된 연습 상대가 없고 상급기관의 지원마저 턱없이 부족해 전지훈련이나 동계강화훈련 등 원활한 훈련마저 진행할 수 없어 팀을 유지하는 자체가 신기하다고 할 정도였다.

 지금은 럭비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는 조영종 교장 역시 지난 2011년 부임했을 당시에는 ‘100전 100패의 운동부를 왜 꾸려가고 있나’ 하는 답답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당시 럭비에 대한 기본 지식이 전혀 없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운동부를 수 년 동안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팀 해체를 건의했었죠. 그러나 고등학교 럭비부의 선수 확보를 위해 정책적으로 만들어진 팀이기 때문에 해체는 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때부터 가만히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럭비가 어떤 스포츠인지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럭비라는 스포츠가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큰 도움이 되는 스포츠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천안 부성중학교 조영종 교장.

조 교장은 럭비를 통해 방황하는 학생들을 바로 잡을 수 있다면 그깟 1승이 대수겠냐는 마음에 그때부터 럭비부에 대한 애정을 키워나갔다고 한다.

 “조금씩 럭비를 알아가면서 이 스포츠가 예의를 굉장히 중요시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또 상대방을 배려하고 심판을 존경하며 동료들과 협동심을 발휘하면서 경기를 펼치는 모습들이 다른 종목과는 참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그래서 가정환경이나 학교 부적응 등을 이유로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럭비를 하도록 권유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 학생들의 인성이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음을 알게 됐어요.”

 특히 조 교장은 상급기관의 지원이 부족해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을 해야 하는 럭비부 선수들에게 고기라도 한번 더 먹여야겠다는 생각으로 인근 기업들을 방문하며 후원금을 모으기 시작했고 타 지역 럭비부와 연습 게임을 하며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이 같은 조 교장의 마음이 통했는지 선수들도 더욱더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했고 그 결과 지난 5월 4일 진행한 비공식 연습 경기에서 팀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팀 창단부터 지금까지 럭비부를 지도하고 있는 노제도 코치 역시 부성중학교 럭비부가 이번 전국소년체전을 통해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전국소년체전에는 처음으로 학부모 응원단이 구성돼 대구까지 응원을 갔고 조 교장은 선수들이 점수를 획득할 때 마다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또 충남럭비협회에서도 단체로 경기장을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하는 등 그 어느 해보다 열정적인 응원이 이뤄졌다.

 첫 승의 주역이 된 주장 고승제(3학년) 군은 “이번에는 비록 1승에 그쳤지만 후배들은 반드시 메달을 목에 걸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 교장은 “전국대회에서 첫 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하고 학교 관계자들과 학부모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응원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또 선수들이 이동할 수 있는 차량부터 식사까지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은 박상인 충남럭비협회 회장에게도 이 기회를 빌어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최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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