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장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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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 지구상에서 연간 지불되는 군사비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우·탄트」 「유엔」사무총장이 「제네바」에서 방금 재개된 군축위에 내 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무려 1천8백억「달러」로 집계되고 있다. 이것은 아주 최근의 합계이며, 또 『기동적 고수준』이다.
1965년마해도세계의군사비는1천3백82억「달러」를 기록하고 있었다. 지난66년엔 그보다 2백억「달러」를 상회하는1천6백억「달러」연년이 세계의 군사지출이 확대일로인것은 전율할 일이다. 지구의 운영비는 그처럼 허망한 곳에만 소모되고 있는 기분이다. 이쯤되면 전쟁상태가 평화인지, 평화가 전쟁인지 분간하기조차 번거롭다.
「우·탄트」총장이 제시한 1천8백억「달러」는 우리나라 연간예산액의 약 1백60배에 맞먹는다. 달리 견주면 한국의 1백60연분 예산이기도 하다.
세계인구를 34억으로 치면 1인당 군사비의 부담액은 55「달러」이다. 「유엔」가입국 1백25개국중에서 국민소득이 1백「달러」를 넘는 나라는 실로 반도 못된다. 이경우 55「달러」의무게는 총수입의 50%이상이나 되는 부담인 것이다.
이런현실에서 「맥나마라」(미전국방장관)이론은 현대사에 남을만한 가치가 있다. 그는 『수확체감의 법칙』을 바로 그군사비에도 적용했었다. 공격무기의 수량은 일정한도에서 선이 그어져야지, 그선을 넘을 때는 오히려 효과는 감소된다는 것이다.
핵무기의 개발도 마찬가지일 것같다. 「바벨」탑을 쌓듯 끝닿은데 없이 오르기만하면 언젠가는 와르르 무너질 것이다. 최근 강대국들의 핵경쟁을 보라. 그것은 핵장기나 다를바 없다.
한쪽에서 다른 한쪽의 「미니트맨」핵발사대를 파괴하려면 명중률을 50%로 칠 때, 적어도 3발의 ICBM을 준비해야 한다.
공격을 당하는쪽에서는 한대의 ICBM을 확실하게 떨어뜨리러면 적어도 4발의 ABM을 설치해 놓아야한다. 가령 어느쪽이 ICBM을 1천대 설치했을 경우, 이쪽은 4천발의ABM이 있어야 안심이 된다.
핵의 이런 악순환은 공격쪽이있는한 그칠수가 없다. 결국 「스톱」하는 쪽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결정은 바로 인류의 이성이다. 군사비로 목장의 젖소를 기른다는 생각은 얼마나감동적인가. 전율의 현실일수록 인간은 목장의 평화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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