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조사 11시간 만에 이재현 CJ회장 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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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검찰이 26일 CJ그룹 이재현(53)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날 이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7시간여 조사하고 이날 새벽 돌려보낸 지 불과 11시간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이 회장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이 이 회장의 비자금 조성과 운용의 공범으로 구속할 때 신모(57) 부사장에게 적용했던 혐의와 같다. 검찰 관계자는 “신 부사장 구속 이후 추가로 수사된 부분이 있어 이 회장의 범죄 액수는 다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비자금을 빼돌린 뒤 ㈜CJ와 CJ제일제당 등 자사 주식을 차명거래하는 방식 등으로 700억원대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1990년대부터 해외 법인과의 내부 거래 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을 이용해 1000억원가량의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도 받는다. 일본 도쿄 아카사카 소재 빌딩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CJ 일본법인 소유 건물을 담보로 제공해 회사에 350억원가량 손해를 끼치는 등 배임을 저지른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의 비자금 규모가 5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으나 이 중 가벌성이 있는 재산을 면밀히 가리는 작업을 거쳤다.

 이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일부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시점이 오래돼 공소시효가 만료된 범죄 사실이나 배임 혐의처럼 법리적 해석에 다툼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히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수사팀은 당초 이 회장에게 특경가법상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재산국외도피죄는 도피액이 50억원을 넘을 경우 무기징역 또는 징역 10년 이상으로 처벌하는 중범죄다. 탈세·횡령·배임 혐의만으로 재판에 넘길 경우 법정에서 금액이나 공소시효 문제를 다툴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보다 중한 혐의를 입증해 기소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구속영장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 회장 변호인 측에서는 일단 법원에서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점을 강조해 구속 수사만은 피하자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다음 달 1일 오전 11시 김우수 영장전담 판사 심리로 열린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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