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6월의 수상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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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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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심사평

6월 시조단에 이진법 세상에서 살고 있는 신인류가 등장했다. 영혼은 노마드, 몸은 정착민이다. 시조의 외연을 넓히는 데 일조한 장원작 ‘로그인에서 로그아웃까지’를 보내온 김샴씨다. 장원작뿐만 아니라 그가 보내온 모든 작품이 컴퓨터, 그것도 게임의 세계를 그린 것들이다.

 ‘내가 사는 20인치 0의 귀와 1의 혀’에서 보이듯 화자는 ‘나가본 지 오래인’ 방에서 ‘로그인’으로 하루를 열고 ‘로그아웃’으로 하루를 닫고 사는 ‘폐쇄족속’이다. 신선한 소재와 재기 넘치는 화법, 경쾌한 율격이 단연 눈에 띄었다. 게임과 시조, 이 이질성 강한 두 세상의 연결을 자연스럽게 직조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차상은 박경화씨의 ‘사랑니’다. 시조의 본성을 잘 보여준 작품이다. 의미를 도출하는 과정이 편안하고, 장의 배열 방식과 시어 운용이 활달하다. 특히 좋은 종장이 좋은 시조를 만들어낸다는 철칙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사랑니’를 ‘변두리로 밀린/애먼 사랑’으로 본 상상력과 그 ‘아픈’ 사랑은 바로 화자의 것이었다는 결구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차하는 김장환씨의 ‘여산 장날’이다. ‘해맑’고 ‘편한 웃음’으로 손님을 기다리지만 저녁이 될 때까지 마수걸이도 못한 야채 파는 할머니를 따뜻하게 그렸다. 쉬운 일상어로 써서 술술 잘 읽혔다. 최민준·양수현 씨의 작품도 오래 읽고 고민했다. 정진을 바란다.

심사위원=권갑하·강현덕(대표집필:강현덕)

◆응모안내=매달 20일 무렵까지 접수된 응모작을 심사해 그 달 말 발표합니다. 장원·차상·차하 당선자에게 중앙시조백일장 연말장원전 응모 자격을 줍니다. 서울 중구 서소문로 100번지 중앙일보 편집국 문화부 중앙시조백일장 담당자 앞. (우편번호 10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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