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이 벌었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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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나는 약2년간 파월되었다가 귀국한 군인이다. 그간에 그리웠던 친지들과 친구들, 그저 반갑고 기쁠 뿐이다. 그런데 모두 하나같이 하는 말은 『돈 많이 벌어 왔느냐』라는 인사다. 전지에서 무사히 잘 돌아와서 수고했다는 말보다 먼저 그 말을 힘 안들이고 하는데는 아연 할 수밖에 없었다. 동료 전우들의 모임에서도 무두들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불쾌해 하었다.
이것은 과거에 일부 몰지각한 선배들이 있어서 오늘날 파월장병 전체에 욕을 끼치는 모양인데 그것을 전체에 포함시킨다는 것도 생각할 문제가 아닐까.
이역의 전쟁터에서 그리던 고국땅을 밟는 우리들에게 사회는 좀더 따뜻한 이해심으로 맞아 주었으면 실망실소 만을 자아내게 하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다.
월남에 있을 때는 고국에서 여러「매스컴」을 통해서 파월가족 지원 사업이니 위안회니하고 사진도 찍어 보내고 법석이더니 막상 귀국하여 보니 억지에 불과한 것 같다.
뭔가 기대했던 「전쟁의 영웅」대접은 못받을 망정 어처구니없는 실망을 주지 말았으면 한다. <이철지·서울 종로구 청운동 산1 13통7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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