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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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윗과대학생들이 가득찬 영국 「글라스고」대학의강의실에 겁에질려 얼굴이 창백한 한소년이 끌려들어왔다. 그시간에 강의를 맡고있던 정신병리학자는 사람들이 항상 자기만을 주시하고있다는 환상을 이소년이 갖고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순간 그 강사는 소년을 돌아보며 대뜸 『얼마나 자주 「마스터베이션」을 하지』하고 물었다.
이 질문에 소년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벌벌떨었지만 그 정신병리학자의 질문과 이에 대한 해설은 한참 계속되었다.
이 강의실에 있던 학생중의 한사람이 최근 『실존적정신분석』이라는 새학설을 주장하고나선 영국의 정신병리학자 「로널드·라잉」씨(41)였다.
그때에받은 충격이 자신의연구에 큰 동기가되었다고 말하는 그는 현재 정신병치료법으로 널리 사용하고있는 투약, 「쇼크」요법등 물리화학요법은 전혀 효과가 없을뿐아니라 잔인하기 짝이없다고 주장하고있다.
모든 정신과 의사들은 자신은 말할 필요도없이 정상적이고 환자는 당연히 비정상적이라는 천진스러운 전제를 놓고 치료를 시작한다.
그러나 이들이 받아들이고있는 「정상」이란, 아기가 태어날 때부터 「사랑」을 구실로 동화를 강요하는 부모의 성화와 보다 고차적인 압력아래서 반쯤 미쳐 광기에 들뜬 세계에 어느정도 적용해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라잉」씨는 보통 말하는 광인은 실은 사회자체가 가진 병적요소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위해 「광기」라는 지극히 논리적인 가면을 쓴다고말하면서 이 가면을 「위장된 자아」(False Self)라고 칭하고있다.
그의 주장은 바로 이혼란된 의식의 표본뒤에야말로 개인의 진실된모습인 「내적 자아」(Inner Self)가깔려있다는것이다.
이 숨어있는 의식의세계는 외부의 광기에 조금도 오염되지 않은채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 따라서 진정제나 다른 인위적인 광기의 억압방법을 쓰지않고 정신적파국을 자연스럽게 유도시키는길이올바른정신병치료의길이라고 주장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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