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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괴질 사망' 공포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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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중국의 남부 광둥(廣東)성에서 악성 폐렴으로 보이는 원인 모를 괴질이 번지면서 홍콩.마카오 주민들까지 공포에 떨고 있다.

광둥성 성도(省都)인 광저우(廣州)에선 심지어 '괴병으로 수백명이 숨졌다'는 루머가 나돌아 전염병 예방 효과가 있다는 한방 약품과 식초.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약국과 병원들은 항생제.감기약을 사거나 진료를 받으려는 인파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확산되는 공포=광저우에 진출한 한국 업체의 관계자들은 "중국인 직원들이 일손을 놓은 채 '당신도 가족들을 빨리 한국으로 돌려보내라'고 충고하는 등 지난 10일부터 사실상 공황 상태"라고 말했다.

중국인 사회에선 "탄저병이 번지고 있다" "조류(鳥類)독감이 사람에게 옮았다"는 등의 루머가 나돌면서 친척.친지들에게 안부 전화를 하거나 외출을 피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사태가 공황으로 치닫자 광둥성 정부는 12일 이례적으로 침묵을 깨고 "10일 오후 현재 3백5명이 감염돼 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그 중엔 의료진 1백5명이 포함돼 있다. 국무원 위생부도 바이러스 샘플을 채취해 긴급 분석하는 한편 의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책반을 급파해 치료에 나서고 있다.

◇엇갈리는 병인(病因)=의학 전문가들은 "이 병은 호흡기관을 통해 전염되는 독성 폐렴으로 고열로 시작해 두통, 전신 근육통과 호흡 곤란 등의 증세를 보이며 전염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설명했다.

이 병은 지난해 12월 광저우에서 자동차로 5~6시간 거리인 허위안(河源)에서 처음 발생해 순더(順德).중산(中山)을 거쳐 종합병원이 몰려 있는 광저우로 퍼져나갔다.

홍콩의 명보는 "괴질로 숨진 사람의 시신을 해부한 결과 폐에서 검은 구멍(궤양)이 발견됐다"며 "최종 결론은 아니지만 이는 탄저균 감염 때와 증상이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광둥성 위생국은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폐렴의 일종으로 감염자 중 59명이 이미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고 해명했다. 변형된 폐렴 바이러스가 유발한 전염병일 뿐이라는 것이다. 광둥 TV는 "현재로선 특효약이 없으므로 예방이 최선"이라고 보도했다.

◇한인 사회도 비상=광둥성과 그에 인접한 홍콩.마카오에 사는 1만8천명의 한국인들에게도 비상 경보가 내려졌다. 주(駐)광저우 한국총영사관은 지난 10일 중국 정부가 외국공관에 ▶외출 자제▶예방약 복용▶외출후 손발 씻기 등의 예방요령을 통보함에 따라 교민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광저우.홍콩과 인천공항 간에는 하루 6~7편의 직항 여객기가 운항되고 있어 한국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현지 관계자들은 우려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yas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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