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기습한파'…금융시장 요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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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가 11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Outlook)을 '부정적'(Negative)으로 내린 것은 정부도 미처 예상치 못한 일이다. 정부가 사태를 안이하게 판단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날 원화 환율이 급등하고, 모처럼 상승세를 보이던 주가도 곧바로 하락세로 밀리는 등 국내 금융시장은 크게 출렁거렸다.

◇경위=무디스는 지난달 6일 재정경제부에 전화를 걸었다. 북한 핵 문제와 촛불시위 등을 우려하며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리겠다고 전해온 것.

이에 놀란 정부가 무디스에 방한을 권고했다. 직접 와서 보면 판단이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3월 방한 예정이던 무디스는 일정을 앞당겨 지난달 20일 방한, 정부와 대통령직 인수위 등을 돌아봤다.

당시 무디스는 한국을 떠나면서 신용등급을 일단 현행대로 유지하되 4월에 다시 방한해 조정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 정부는 그런 줄만 알고 안심하고 있다가 이날 전격 발표를 접한 것이다.

이번 조치에 대해 무디스는 "이달 들어 북한 핵 문제가 악화돼 조정을 앞당길 수밖에 없었다"며 "영변 핵시설 가동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정부에 전해 왔다.

◇전망=지난해 이후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가장 먼저 바꾸고 있다. 지난해 3월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A등급으로 올렸고, 피치(6월).S&P(7월)가 뒤따랐다. 이번에도 가장 먼저 조치를 취한 것이다.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면 3~4개월 내에 실제 신용등급을 내리는 게 관행이다. 북핵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신용등급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재경부는 "국내 문제보다 북핵이라는 외부 문제여서 정부로서도 대책이 마땅치 않다"며 "4월 다시 방한하는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내릴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피치와 S&P가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도 예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파장=신용등급의 하락은 대외신인도의 하락을 뜻한다. 정부와 기업이 해외에서 발행하는 채권의 금리가 올라가고, 해외 차입 도 예전보다 어려워진다. 주가에도 악재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6.9원 오른 1천2백9.2원으로 마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무디스의 발표가 전해지면서 원화의 약세가 심해졌다"고 말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이날 급등락을 거듭한 끝에 전날보다 1.27포인트(0.22%) 하락한 575.98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0.11포인트(0.26%) 내린 42.15를 기록,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해외 증권 금리도 올랐다. 정부 관계자는 "무디스의 발표 이후 홍콩과 싱가포르 시장에서 외국환평형기금채권 10년물 가산금리가 0.07%포인트 올랐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신용등급이 A3에서 Baa1으로 떨어질 경우 해외 차입 금리가 평균 0.35%포인트 정도 올라가 기업들의 해외 차입 비용이 연간 약 5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A3와 Baa1은 한단계 차이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대접은 A학점과 B학점의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오는 4월 정부가 10억달러 규모의 외평채를 차환 발행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고현곤.송상훈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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