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년의 대화 (끝)치안|자체정화가 급선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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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요즈음 우리국민은 누구나가 이중주속에 살고 있다. 한쪽에는 5억불 수출달성을 비롯한 근대화에의 「다이내믹」한 나팔소리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일사분란한 행정체제가 있는가 하면 다른한쪽에는 속속들이 절어든 국민도의의 타락, 금력만능주의, 부패의 사회화라는 국면이 행정체제이상으로 깊이 고질화하고 체제화하여있는 실정이다. 이 이중주속에서는 자칫하면 행정기구자체도 송두리째 허구화할 우려조차 없지않다.
지난번의 울진·삼척지구 공비침투시에도 입증되었듯이 내나라 내고장을 지키는데 주동적인 힘을 발휘했던 것은 현지주민들이었고, 현지 예비군이었고, 그현지주민들과 자상하게 숨결이 통해있던 현지 경찰이었음을 새삼상기함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은 오염되지않은 현지와 행정 문화 그밖에 모든 분야의 소위 중심이 되어 있다는 오염투성이 서울과의 엄청난 거리도.
우리사회의 이 원천적인 문제부터 깊이 염두에 두지 않는한 공비침투를 막는 문제, 강력사건의 예방, 경찰민폐단속, 경찰안의 자체정화, 그밖에 당장 눈앞의 치안문제들은 늘 그게 그거라는식의 행정적 「매너리즘」 서 벗어나기 힘들것이다.
가강 비근한 예로서 새해에는 교통경찰관의 돈을 받는 행위를 뿌리뽑는다고 장담하였지만, 이소리를 진짜로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될까. 운전사아저씨들과 교통경찰 아저씨들의 상호의존 체제는 행정체제이상으로 국민에게는 도리어 실감이있다.
이런식의 음성적인 의존체제의 방대한 계열화가 행정체제의 뒷 그늘로 거미줄처럼 펴지고 있는 사실도 국민 한사람 한사람은 일상 겪음속에서 속속들이 알고 있다. 국민은 지금 이중의 나팔소리속에 있는 것이다. 이러니 웃자리에 앉은 사람의 호언은 눈가리고 야옹하는 식으로밖에, 안들릴것은 당연하다.
금력의 위력이 행정체제조차 안으로 곪게만들고 있는 것을 아는가.
이철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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