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펠레 "섹스보다 월드컵이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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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보이' - 호나우두가 자신의 손으로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4년간 호나우두가 겪은 오랜 고통과 두려움, 아픔은 일요일 세계가 그에게 '제2의 펠레'라는 찬사를 보내면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3년 전 심한 무릎 부상으로 축구 인생을 위협받았던 브라질의 호나우두는 출중한 기량으로 독일을 2-0으로 격파하면서 1998년 월드컵 결승의 끔찍한 기억을 날려버렸다.

이 경기로 그는 월드컵에서 브라질과 세계에서 역대 최고로 인정 받는 선수인 펠레와 같은 수의 골을 넣게 됐다. 요코하마의 2002년은 호나우두의 결승전으로 기억될 것이 틀림없다.

경기 후 호나우두는 월드컵 우승이 섹스보다 좋다고 말했다. 월드컵은 4년에 한 번만 찾아오기 때문이었다.

호나우두는 "둘 중 하나라도 없다면 살기 힘들지만 이번 월드컵은 분명히 섹스보다 가치가 높았다"고 말했다.

그는 "섹스가 좋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라 월드컵은 4년에 한 번 열리지만 섹스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며 "나는 잠시 후 섹스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4년 전 프랑스와의 경기 직전 경련을 일으킨 뒤 출장해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25세의 호나우두는 이제 확실히 망령을 쫓아버렸다.

일요일 그는 후반에 걸출한 기량으로 뽑아낸 두 골로 대회 최고득점자에게 주는 '황금신발상'을 차지했다. 그는 8골을 넣었는데 이는 1970년 서독의 게르트 뮐러가 10골을 넣은 이후 가장 많은 득점 기록이다.

또 그는 결승전 골로 수술 받은 무릎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리고 4년 전 프랑스에 충격의 3-0 패배를 당했을 당시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었다.

호나우두는 눈물을 흘리며 "오늘 신이 나와 브라질 팀을 위해서 이 승리를 예비했다. 나는 매우 행복하고 자랑스럽다. 이번 골들을 내 가족과 의사 제랄드 세일런트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프랑스인 의사 세일런트는 호나우두의 무릎 수술을 시술해 그의 축구 인생을 다시 살려냈다.

토마스 링케가 호나우두를 저지하기위해 슬라이딩하고있다.
호나우두는 "내가 2년 반 동안 고통과 슬픔을 겪다가 여기에서 월드컵 결승에서 넣은 골들을 축하할 수 있는 것은 내 가족과 세일런트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브라질의 무패 행진 속에서 경기장에서 가장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준 선수인 그에게 이는 적절한 보상이었다.

호나우두는 승세가 굳어지자 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고 교체됐다. 시계의 초침은 계속 움직였고 그는 루이스 필리페 스콜라리 감독에게 안겼다.

휘슬이 울려 브라질의 신기록이 수립됐을 때 그의 마음 속에서는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브라질 국기를 두르고 감정에 북받친 그는 천천히 축하하는 선수들 앞으로 걸어나왔다.

선수들은 호나우두가 오는 것을 보고 하나가 돼 그를 어깨 위로 들어올리고 열광하는 브라질 팬들 앞을 행진했다.

경기 몇 시간 전 호나우두는 두 차례의 수술로 자신의 오른쪽 무릎을 복원해 준 프랑스인 의사 세일런트를 만났다.

세일런트는 "호나우두의 모습은 모든 다친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 운동 선수가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투쟁을 통해 결국 성공해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하며 "아주 만족스럽다. 나는 매우 감동했다"고 밝혔다.

YOKOHAMA, Japan (CNN) / 이인규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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