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 '통일 기원 성당' 문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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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013년은 한국전쟁 정전(停戰) 60주년이 되는 해다. 그에 맞춰 북한 땅이 지척인 경기도 파주 통일동산에 천주교 ‘참회와 속죄의 성당’(사진)이 문을 연다.

 마침 한국전쟁이 발발한 25일 봉헌식을 갖고 공식 운용에 들어간다. 전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이 봉헌 미사를 집전하고, 미사 중 봉헌 예절은 의정부교구장이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인 이기헌 주교가 맡는다.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 등 사제단 150명,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모두 15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성당은 단순히 위치, 개당 시기만 상징적인 게 아니다. 일종의 ‘남북 합작’이다. 성당 내부 중앙 제대 위의 거대한 모자이크화 제작에 북한 최고의 기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만수대 창작사 벽화창작단 공훈작가 7명이 참여했다. 서울대교구 산하 이콘연구소에서 러시아의 성당 모자이크를 참조해 그려 보낸 밑그림 위에 작업을 했다고 한다.

 이들은 2007년 중국 단둥(丹東)으로 나와 40일간 작업했다. 모자이크화는 예수와 남북 대표성인 8위의 모습을 그렸다. 남한 출신 성인인 정하상·김대건·유대철, 김효임·효주 자매 등과 북한 출신 성인 유정률(평양), 우세영·고순이(이상 황해도) 등이다.

 성당의 모양에도 통일의 염원을 담았다. 외부는 1926년 평안북도 신의주에 지어진 진사동성당의 모습을 땄고, 내부는 함경남도 덕원에 있던 성 베네딕도 수도원의 대성당 모습을 재현했다. 분단 이후 종교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아 ‘침묵의 교회’로 남게 된 북한 교회들을 기억하겠다는 취지다.

 성당 건립은 고(故) 김수환(1922∼2009) 추기경이 처음 제안했다. 휴전선이 갑자기 무너지거나 할 경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기원하는 기도의 장소로 삼자고 했다고 한다. 한국전쟁 때 인민군만 나쁜 짓 한 건 아니지 않냐, 우리부터 참회하고 용서를 구하자는 뜻에서 성당 이름을 ‘참회와 속죄의 성당’으로 하자고 했다.

 실제 건축은 정진석 추기경 시절 이뤄졌다. 성당 건축위원장으로 활동했던 봉두완 한미클럽 회장은 “교회 예산, 정부와 정치권의 후원액은 물론 가톨릭 신자들의 모금을 통해 건축비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총 건축비는 80억원 정도다.

 성당 운영을 맡은 의정부교구 이은형 신부(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는 “동서독 분단 시절 통일을 열망하는 기도회가 열렸던 라이프치히의 니콜라이 교회처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연대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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