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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신저 이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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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근착 「포린·어페어즈」지(미국 권위 계간지)는 권두에 키신저 교수의 주목할 논문을 싣고 있다. 제목은 「월남협상」-.
키신저씨는 「닉슨」 차기 대통령에 의해「국가안보담당특별보좌관」으로 지명된 요직의 인물이다. 미국의 「앨리트·파워」로 치면 「넘·버·투·맨」이라는 자리이다. 특히 키신저씨는 미국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좌우하는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키·맨」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키신저씨의 논문은 이른바 종래의 로스트식 월남관과는 중대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로스트 식이란 「존슨」 대통령식이라는 뜻과도 통한다. 「윈티·로스트」씨 「존슨」정부의 안보보좌관)는 월남전의 해결을 이제까지 군사적 각도에서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키신저씨는 이와는 반대의 자세에서 「정치적인 각도」를 취하고 있다. 키신저 교수의 견해는 월남사태 자체가 정치적 동인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는 발상에 근거한다. 로스트씨는 미국의 군사력은 월남의 힘을 빼면서 월남의 정치 구조를 비공산화 노선으로 이끌어 가는 「안전장치」라고 보고 있었다.
「존슨」 대통령이 지금까지 수행해온 정책 노선은 바로 이런 견해와 발을 맞춘 것이었다. 그러나 키신저씨는 미국이 월남의 내부정치 구조에 관여하면 할수록 공산화의 소지가 마련되는 것이라는 정반대의 견해를 피력한다.
이른바 닉슨씨가 주장한 「디·아메리커나이제이션」(비미국화정책)의 에센스는 바로 이것이다.
키신저 교수가 주장하는 월남 평화회담은 테이블이 3개이다.
하나는 파리에서 열릴 4자 회담을 위한 것, 다른 하나는 미국과 월남만의 회담을 위한 것, 또 다른 하나는 「사이공」 정부와 NLF와의 회담용. 후자의 두 개 테이블은 어디에 놓아야 할지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미-월맹 회담은 철군 문제와 「라오스」·「캄보디아」의 중립 보장을 사이공과 NLF회담은 월남의 내부 구조 문제를 미루자는 것이 후자 회담의 목적이다. 「비밀리」에 라는 말을 앞에 첨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함축성이 있다.
지난 6일 닉슨 차기 대통령에 의해 「파리」 회담의 미국 대표가「로지」씨 등으로 바뀐 것은 어쩌면「헨리·키신저」이론의 「행동대」적 의지를 가졌는지도 모른다. 키신저 이론은 지금 이 시점에서 미국의 입장을 얘기하는 가장 현실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런 생각은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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