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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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
「그리스」의 신화에서는 달의 여신을 「아르테미스」라고 부르고 있고, 「로마」신화에서는 「아이아나」라고 부르고 있는데 둘의 이름은 다르지만 실상은 같은 여신이다. 이 여신은 「제우스」를 아버지로 하고 「레토」를 어머니로 하여 태어난 남녀 쌍둥이 중의 하나인데, 남자는 태양의 신이 된「아폴로」이고, 여자는 달의 여신「아로테미스」가 된 것이다. 즉 쌍둥이 중에서 오라비는 광명과 태양의 신이 되고, 누이는 반대로 달의 여신이 되었다는 것이다.

<심술사나운 사냥의 신>
「라리」에 있는 「루브르」박물관에 세계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아르테미스」의 초상화가 있는데, 그 그림을 보면 이 달의 여신「아르테미스」는 무릎을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옷을 입고, 머리에는 「베일」을 쓰고, 어깨에 활통을 메고, 한 손에는 활, 한 손에는 사슴을 이끌고 있다. 그리고 머리위로 초승달이 떠오르고 있다.
이와 같이 「아르테미스」는 활쏘기를 좋아해서 한편으로 사냥의 신이 되기도 하는데, 심술사납기로 유명해서, 「오리온」이란 별이 자기의 순결을 의심했다고 해서 활로 쏘아 죽여버리고, 「악테온」이라는 사냥꾼이 자기가 여신들과 시내에서 목욕하는 것을 몰래 엿보았다고 해서 「악테온」을 사슴으로 만들어버리고, 또 「니오베」라는 여왕이 자기가 「아르테미스」의 어머니인 「레토」보다 자녀들 많이 낳았다고 자랑한다고 해서 「니오베」의 자녀들을 죄다 활로 쏘아 죽였다.
이렇게 심술을 잘 부리기 때문에 여자들이 별안간에 죽으면, 더구나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별안간에 급사할 경우에는, 옛날「유럽」사람들은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화살에 맞아 죽었다고 생각하여왔다고 한다.
아름다운 여인의 죽음에 관해서 이런 전설이 있다.

<아내 죽인 「케파로스」>
「아르테미스」는 가장 총애하는 여신 「플로클리스」에게 자기가 가진 사냥개 중에서 제일 빨리 달리는 개 한 마리와 표적을 틀림없이 맞히는 창하나를 주었다.
「프로클리스」는 그 개와 창을 남편에게 주었는데 남편「케파로스」는 이 창을 가지고 사냥을 다니었다. 어느 날 피로해서 풀밭에 누워서 바람을 쐬면서
「오라, 달콤한 산들바람이여! 와서 내 가슴에 부채질하여 다오. 나를 불태우는 열을 식혀다오.」하고 노래를 불렀다.
어떤 사람이 이 노래를 듣고, 「케파로스」가 다른 처녀를 사랑하고 있다고 아내「프로클리스」에게 고했다.
질투에 불타는「프로클리스」는 다음 날 몰래 남편의 뒤를 따라 와서, 과연 남편이 이런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듣고 흐느껴 울었다. 남편「케파로스」는 이 울음소리를 맹수로 알고, 그곳을 향해서 백발백중하는 창을 던졌다. 뛰어가 보니까, 그것은 맹수가 아니고 자기의 아내「프로클리스」이었다.
더구나 달이 보름마다 둥그래 졋다가 점점 이그러져서 없어지고, 이것이 다시 생겨나서 둥그렇게 커지는 것을 보고, 죽음과 삶, 착한것과, 악한 것, 밝은 광명과 어두운 암흑의 이원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달과 바다 조수의 관계를 보고서 시간의 흐름, 세월의 흐름을 터득해서 일력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것이 동양사람의 태음력과 그 근본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달나라 구경 멀지 않고>
우리 동양사람들은 달 속에 계수나무가 박혀있고,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다고 생각하여 왔는데, 이번에 「아폴로」8호가 그 쌍둥이 한 짝인 누이동생「아르테미스」의 나라를 정복하고 왔으니 이제부터는 달에 대한 천고의 신비감은 절로 없어지게 될 것이다. 끝으로 얼마 안 가서 우리들도 「아르테미스」의 여신이 지키는 달나라를 구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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