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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현대판 우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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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 「버지니아」주「랭글리」의 숲속에 파묻혀있는 CIA본부. 지난 65년5월, 이 회색「빌딩」의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한방에서「레이본」장관(당시)은 아늑한 축연을 베풀고 건장하게 생긴 한 남자에게 순금의「메달」을 수여했다. 이「메달}엔 아무런 장식도없이 단두마디의말이새겨져있었다. FOR VALOR-『용사에게 준다』는 뜻.
그男子는 바로「프란시스·G·파워즈」씨(37). 60년5월, 그때그는 소련의「스베루트로프스크」교외에 추락했던 그 유명한 U2기의비행사이다. 「파워즈」씨는「모스크바」의재판에서10년형을 받았었다. 62년2윌 동서「베를린」을 잇는「그리네카」교에서 미국이 체포한 소련의 거물급간첩「루돌프·아벨」과의 신병교환으로 석방되었다.
당시 CIA는 소련에 억류되었을 동안에 밀린 급료5만2천「달러」를 기분좋게 선뜻 지불했었다. 그「파워즈」씨는 지금「로스앤제레스」근교의「로키드」항공회사에서 근무하고있다는소식이다.「푸에블로」호승무원이 석방되던날, 미8군악대는「앵커·어웨이」(닺을 올려라),『캘리포니아·히어·아이·캄』(「캘리포니아」여! 나, 여기왔노라) 등을 연주하며, 돌아온 수병들을 반갑게맞았다.
이들은 미국행 비행기상에서「크리스머스·이브」를, 다시 미국「캘리포니아」의「샌디에이고」에서 성탄절을(일부변경선 때문에) 맞을 것이다. 생애에 어쩌면 다시없는 즐거움을 이들은 나누는셈이다.
「부커」함장은 23일 석방직후 기자회견에서『나의 부하들이 살해당할 위험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북괴어뢰정에 투항했다고 말했다.『북괴에서 기자회견에 응해「이상한 발언」을 한 것은 일부부하들의 희생을 피하기위한 것이었다』(이상중앙일보보도)고도 밝혔다.
앞으로 이들이 미국의 법률에 의해서 어떻게 대우될지는 모른다. 그러나 한가지 흥미를 끄는 것은 국가의 이익과 한 개인의생명, 상관과 부하의 인간관계는고전적인 전쟁에서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푸에블로」호의 정체, 북괴의 맹랑한 정치「드라머」, 어쩌면 선원들이 받을지도 모르는 용사의훈장…모든 일들이 현대판 국제적 우화같다. 판문점은 또다시 이런 우화속에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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