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 앞둔 이근호, '좋은 습관을 기억하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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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좋은 습관을 기억해내라."

박항서(54) 상주 상무 감독이 애제자 이근호(28·상주 상무)에게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이근호는 현재 군인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 차출됐다. 이근호는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행의 기로에 서 있었던 아시아 최종예선 레바논과 우즈베키스탄전에 모두 선발로 출전했다. 그리고 18일에 울산 문수월드컵구장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 이란전을 앞두고 있다.

이근호는 A매치 16골 중 무려 11골을 중동팀을 상대로 넣어 '중동킬러'라는 별명이 붙었다. 또 월드컵 예선 중 대표팀 내에서 붙박이 골키퍼 정성룡(13경기 출장) 다음으로 많은 11경기에 출전했다. 골은 이동국(6골) 다음으로 많은 5골을 기록한 핵심 골잡이다.

그러나 레바논전에서 침묵했고,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결정적인 골 기회를 날려 원성을 샀다. 이근호도 "내가 문제"라고 할 정도로 부진을 안타까워했다.

답답한 이근호는 박 감독에게 길을 물었다. 박 감독은 "경기를 돌려보면서 근호의 플레이를 면밀하게 관찰했다"면서 "몸 컨디션을 괜찮아보이는데 골이 안 터지더라"고 짧게 평했다.

박 감독은 이근호의 부진 원인을 '나쁜 습관'으로 꼽았다. 박 감독은 "아무래도 K리그 챌린지(2부리그)는 K리그 클래식(1부리그)보다 약하다. 경기 속도도 느리다. 그 안에서 뛰다보니 근호에게 나쁜 습관이 생겨난 것 같다"며 "불필요한 드리블이 많아지고, 골대 앞에서 볼터치가 많아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근호도 인정했다. 그는 울산으로 내려가기 전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2부리그에서 뛰다 보니 경기 흐름에 여유가 있는데, 대표팀 경기는 속도가 빠르다. 내가 한 템포 씩 느리다 보니 더 조급해 진다"고 했다.

이근호는 챌린지에서 본격적으로 뛰기 전인 지난 3월 카타르전에서는 골을 터뜨리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그러나 약 2개월동안 챌린지를 소화하면서 챌린지 흐름에 따라 경기 스타일이 변했다.

원인을 알면 해답이 보인다. 박 감독은 "예전에 좋은 습관들을 복기하라고 권했다. 오랫동안 유지한 좋은 습관은 쉽게 사라지는 게 아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다면 예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근호도 이란전에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여건도 좋다. 군 입대 전 울산 현대 소속이었던 이근호는 오랜만에 익숙한 홈에서 경기를 뛰게 됐다. 울산 시절 완벽 호흡을 자랑했던 김신욱은 "근호 형이 이란전에서는 분명 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근호가 유종의 미를 거둘지 주목된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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