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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진 단결 체코자유화 동면|친·반소대립 절정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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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소련군이「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한지도 벌써 3개월, 지난1월이후 줄기차게 벌여온 자유화 계획은 거의 완전히 마비된채 지금「프라하」는 정치적동절에 접어들고있다. 8월21일의 소련군의「체코」침입사건이후「체코」자유화의 기수「알렉산드르·두브체크」공산당제1서기뒤에 강철같이뭉쳤던「체코」국민들도 친소파의 강력한 진출로 점차 짙은분열의 농도를 드러내고있다. 스스로가 자유주의사상의 소유자이기도했으나 자유화운동에 앞장섰던 문화인들의 열띤「무드」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자유화 계획의「상징」처럼되었던「두브체크」는소련·동구 5개국 군대의 진주로 강요된 냉혹한 현실앞에서 소련의 꼭둑각시로 화한듯 친소정책을 집행해왔다.
1월에서 8월까지의 자유화의 황금기중「두브체크」의 일거수, 일투족에 박수를 아끼지않았던「체코」국민들은 세계의 초강대국의 하나인 소련의 압도하는 군사력앞에서 제아무리 「두브체크」인들 꼼짝달싹 할수없었을 것 이라는점에 대해서는 일말의 동정을 보내면서도 그는 죽음을 무릅쓰고 굴욕적인「모스크바」협정의 서명을 거부했어야 할것이라는 원망비슷한 소리도 하고있다.

<불만속의 진보파>
사실상 소련의 후견을받는 신세로 전락하고만「체코」의 어두운 오늘에 대한 진보파들의 불만은 그때그때 형편에 따라 소극적 방법에서 적극적 형태로 폭발하여 소련군을 배경으로 업고 세력을 구축하고있는 친소파의 반발을사고있어「체코」국민이 굳건히 단결하고있다는 말은 이제 지나간 얘기가 되고말았다.
「체코」정부가 자유화계획에「브레이크」를 걸면걸수록 문화인과 학생들을 중심으로하는 국민들의 반항의식도 강해갔다.

<연좌 데모의 항의>
지난 11월17일부터 21일까지 약3만명의「체코」대학생들이『자유와 노선을 후퇴시키지말라』라는 구호를외치면서 연좌「데모」를 벌인것이라든가 약2천명의 문화인이 11월22일 「프라하」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의「언론의 자유」탄압조치에 반발한것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하는것으로 볼수있다.
학생·문화인들을 중심으로한 진보세력의 항의가 가속화함에따라 보수세력의 지반확보운동도 열을 올리고있다.

<보수도 대결자세>
지난10월9일 약4백여명이 이른바『「체코」공산당 고참당원의모임』이라는 보수세력은 회의를갖고 진보세력에『힘에는 힘으로』대결할 자세를 가다듬었다.
보수파세력 부흥운동의 중심인물은 8월말까지「프라하」에서 자동차공장의 기업책임자로있던「카페크」로 알려져있는데 소련군을 배경에 업고나온 보수파의 행동에「두브체크」정권은 속수무책이다.
지난11월10일「프라하」에서 보수파가 소련혁명 50주년을 기념하는 모임을 열었다가 이에 반대하는 반소「데모」대와 충돌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는「체코」국민이 친소와 반소로 심상찮게 분열되어 있음을 보여주는것이다.
한편 11월7일 보수파는「프라하」의 묘지에 세워진 소련군인의 기념비제막식에 참석한 「두브체크」에게 모욕적언사를 퍼부음으로써 10월28일의 반소「데모」에 보복하였다.

<앞길은 어두울뿐>
진보·반소의 대립이 격화해가고있는 가운데 행동의 폭에 제약을 받고있는「두브체크」 정권은 1월의자유화의 대종이었던 언론·집회·외국여행등의 자유를 하나하나씩 잠식하고있어 정치적동면기에 접어든 이나라의 앞길은 어두울뿐이다.
「모스크바」협정이라는 자갈을 물린 「두브체크」정권을 소련이 두려워할 이유는 이제 없어졌다.소련으로서는 「두브체크」의 발길을 친소로 계속 묶어둘수도 있으며 이미 국민간에 상당히 인기를 잃은 「두브체크」를 보수파인물로 갈아치울수도 있는 폭넓은 선택권을 갖고있다.
즉 소련은「두브체크」정권을 지지함으로써 현「체코」정권의 장기집권을 가능하게할수도있다. 중도내지친소파로「세뇌」되었다는 핀잔을 받을정도로 약화되어 소련의 명령에 고분고분 말을듣는「두브체크」정권을 주유군의 압력을통해 감시함으로써 끝까지 이용하는길을 택할수도있다.

<정권과 국민유리>
또한 소련은 보수파가 굳전히 자리를 잡아가고있는「체코」의 정세를 이용,「두브체크」 정권에 고압정책을 강요하여 현정권을 국민들로부터 완전히 분리시켜「두브체크」등이 자퇴하지 않을수 없는 상황을만드는 방법을 쓸수도있다.
그러나 소련은 의중의 보수파인물을 정식 꼭둑각시로 내세워「체코」국민들의 세찬 반발을 사서 평지풍파를 불러일으키느니 보다는 두개의 얼굴을 가진「두브체크」정권을 존속시키는것이 훨씬 속시원한 방법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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