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원들 현안 공부… 내내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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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부터 국회 대정부질문 형식이 확 바뀌었다.

국회법 개정에 따라 한꺼번에 질의한 뒤 정부 측 답변을 듣는 것이 아니라, 일문일답(질문은 20분으로 제한)으로만 진행된 것이다. 보충질의도 없어졌고, 질의자도 과거의 절반 수준인 6명이어서 시간도 3시간 이상 대폭 줄었다.

박관용(朴寬用)국회의장은 "일문일답식이 처음 실시되는 만큼 의원들이나 국무위원들 모두 생소하고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불필요한 정쟁을 방지하고 국정논의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공부를 많이 했다"=김석수 총리를 비롯, 국무위원들은 내내 긴장한 모습이었다. 직원들이 써준 답변서를 한꺼번에 읽던 것과 달리 즉답을 해야 해, 국정 현안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으면 답변을 더듬거나 엉뚱한 말을 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해 총리와 국무위원들이 사전준비를 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재미있는 광경이 눈에 띄기도 했다.

▶이윤수(李允洙.민주당)의원=로또가 문제다. 복권을 사본 일이 있는가.

▶金총리=어떤 것인가해서 총리실에서 모두 사봤다. 물론 당첨에서 제외됐다.

▶李의원=정부가 사행심을 조장하는 게 아니냐.

▶金총리=정부도 상당히 놀랐다. 과대광고 금지 등 과열.진정 대책을 마련했다.

김근태 의원은 金총리가 "(한반도)전쟁은 안된다"고 하자 "큰 소리로 한번 더 말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 부처 관계자는 "질문자와 답변자 모두 TV 화면으로 중계되는 통에 볼썽 사나울까봐 쪽지를 건넬 수도 없었다"며 "미리 공부를 많이 했다"고 귀띔했다.

◇문제점=의원 대부분은 미리 배포한 질의서를 그대로 읽는 등 예리한 질문을 던지지 못했다. 자민련 총재권한대행인 이인제 의원은 질문보단 자민련의 당론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이윤수 의원은 金총리를 상대로만 질문했을 뿐 아니라 본질과 무관한 통계수치를 묻기도 했다. 국무위원들의 회피성 답변 태도도 여전했다.

"알아보고 답변하겠다""여기서 답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말이 자주 나왔다. 정세현(丁世鉉)통일부 장관은 "법률적 문제에 대해선 즉석에서 답변할 능력이 없다"고 했다.

金총리는 대정부질문 형식이 바뀐 데 대해 "더 좋아진 것 같다"고 했고, 최성홍(崔成泓)외교통상부 장관은 "우린 부담스럽지만 일보 전진한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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