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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의 활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번 무장공비소탕작전은 조직단계에서 적지 않게 말썽이 됐던 향군의 활약상을 두드러지게 나타냈다. 지난9일 무장공비 정동춘을 생포한 것도 향군이었고 무장공비와 3대3으로 맞붙어 공비2명을 사살한 전과도 향군의 것이었다. 이번 소탕작전이 전개되자 향군은 너와 나 할 것 없이 모두 집안일을 뒤로 미루고 밤낮없이 군작전에 협력했고 직접 무장공비와 격전을 펴 그들의 용기를 빛내었다.

<연락받기 어려워>
그러나 향군이 빛나는 전과를 얻기까지엔 수많은 고충이 도사리고 있었다. ○○산을 지켜야하는 삼척군○○면○○리 향군중대장은 면사무소와 파출소가 40리이상씩 떨어져있어 연락은 물론 경찰의 지시를 받기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또 그는 마을의 주위가 독가촌을 잇게되면 1백50리씩이나 되어 대원이 한번 산에 들어가 잠복하면 식사를 운반할 길이 없어 교대할 때까지 배를 움켜잡아야 한다고도 했다.

<밥먹으러 30릿길>
강원도의 산악지역은 거의 모두가 차량이 들어갈 수 없을 만큼 험준한데다가 집들이 이산속 여기저기에 들어박혀 이웃이 보통 20∼30릿 길이라 이곳 향군들은 모두 같은 고통을 이겨내고 있는 것. 향군은 원래 지역방어 의무를 띠고 자기집에서 식사를 하는것이 원칙으로 되어있으나 점심을 먹기 위해 30릿길을 내려올 수는 없는일.
또 이들의 지휘기관인 경찰은 향군의 복장을 통일시키지 못해 무장공비가 향군을 가장해서 군작전에 혼선을 빚은 예도 없지 않았다. 지난7일○○산을 수색하던 ○○부대소대장 남 중위는 독가촌에 서있던 군복청년(무장공비)을 발견, 『향군이냐』고 물었다.

<옷때문에 오인도>
군복이 태연히『향군이요』다고 대답하기에 남중위는 다가가『수고가 많다』면서 군복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이순간 남중위는 군복 밑에 숨겨진 따발총을 슬쩍 보았고 동시에 계곡을 구르면서『적 발견!』이라고 고함쳤다. 이어 1시간의 격전, 아군은 적4명을 사살한 전과를 올렸으나 향군으로 위장한 무장공비에게서 남중위가 따발총을 먼저 보지 못했던들 『당할뻔 했다』고 이날 전투에 참가한 대원들이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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