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비를 쫓아 영하의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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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울진·삼척=현지취재반】○○부대○○기동타격대는 숲이 하늘을 가린 ○○산 계곡에서 군「트럭」과 헤어졌다. 영하12도의 매서운 눈바람이 앞을 가렸으나 까마득히 구름 위에 솟은 ○○산을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11일 하오 5시. 일렬종대로 20미터 간격을 둔 이 행진은 소리 없이 고지로 향하고 있었다. 바로 3시간전 해발 1천2백여미터의 ○○산능선에 무장공비 수명이나타나 북상중이란 신고에 따라 긴급 출동한 부대가 바로 ○○기동타격대.

<어둠 헤치고 진군>
전후좌후를 끊임없이 경계하며 전진하기 2시간, 어두움이 내려 깔려 병사들은 빙판에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하며 30리를 올랐다. 조그만 옥수수밭에 일단 집결, 지휘관 장대위가 소근거리듯 명령했다.『적의 수도 우리와 비슷하다. 사람이 나타나면 일단 적으로 알고 10미터이내로 끌어들여 영낙없이 죽여라!』 3분동안에 분대배치는 끝났다.

<소주로 잠 청하고>
산밑에서 준비한 건빵5봉지와 소주1병을 지붕도 없는 CP에서 나누어먹고 마시고 뜬눈으로 긴밤을 지새웠다.
동이 트자 잠복한대로 점호, 재빨리 지은 밥에 된장만을 반찬으로 찍어먹고 1시간만에 ○○산 정상에 올랐다.『어젯밤은 놈들이 왔으면 1대1육박전으로 결판내려했는데-』정상병은 억울한 듯이 내어뱉으며 총부리를 힘차게 잡고 숲속을 샅샅이 뒤졌다.

<무전으로 지휘도>
그러나 무장공비는 이미 자취를 감췄고 부대는 공비의 발자취를 쫓아 전진을 계속할 수 밖에 없었다.
○○특전단 대원들이「헬리콥터」편에 사살한 무장공비 4명을 ○○기지로 옮겨왔다.『완전히 갔겠지!』한대원이 시체의 머리를 구둣발로 힘껏 걷어찼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부대장도 빙긋 웃었다. 부대장은 기분이 좋았다. ○개중대 병력이 ○○산에「헬리콥터」로 투입되던 지난 5일 그는 부대 CP무전지령대 앞에서 부하들이 싸우는 모습을 그대로 들었던 것. 『이 무전기가 없었다면 첫 작전이 어떻게 되었을지 의문』이라면서『6·25 이후 처음으로 시도해온 적의 산악「게릴라」전술을 50리 이상 떨어진 중대 CP와 무전을 통해 일일이 지시할 수 있었던 장비로 분쇄했다』고 그는 서슴지 않고 털어놨다.
6일밤 부대CP에서 그 부대장은 ○○산을 밝히는 조명탄 빛을 바라보면서『저산을 보시오. 육로로 가자면 24간을 가야만 하는 험준한 산이지요. 놈들이 저속에 쳐박힌 모양이지만,「헬리콥터」로 1시간에 투입하고 즉각 전투지휘를 할 무전기는 미처 생각 못했을 것』이라고 흐뭇해했다.

<헬리콥터로 전과>
이렇게 말하는 사이에도 무전기에선『따르르』콩볶는 총성이 울려나왔고 그때마다 작전관 이 쉴사이없이 전투를 지휘하고 있었다.
이렇듯 이번 공비소탕작전은 많은 기동성이 요구되었다.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험준한 산악 속의 작전은 신고 받은 후 1시간이내 병력을 투입할 수 있는 기동력과 투입한 부대를 CP에서 지휘하고 보고 받을 수 있는 특수장비(통신)가 요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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