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폭」둘러싼 월남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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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이공∥양태조특파원】미국의 단폭안에 대한 월남정부의 반대는 예상외로 강하고 끈질기다.
미국정부의 단폭안이「벙커」주월미대사를 통해 월남「티우」대통령에게 통고된 이후「티우」·「벙커」회담이 7차에 걸쳐 열리고 있으나 월남정부의 반대에 부닥쳐 합의점을 발견 못 하고 있다.
월남정부는 월남전의 평화타결을 희구하는 세계여론에 띠라 표면적으로 단폭안에 반대를 표시하지는 않으나 미국의 단폭과 더불어 월맹과의 일괄평화 타결안을 조건부로 반대하고 나옴으로써 월남정부는 내면적으로 단폭을 반대하고있다.
「티우」대통령은 일찍이『평화를 위한 단폭의 원칙에는 찬성한다』고 단폭안을 받아들이는 듯 했으나 『민족해방전선(NLF)대표를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고 강력히 버티고 있어 월맹의 NLF인정에 대한 주장을 미국이 수락 못하도록 하고있는 것이다.
「사이공」의 신문들은 거의 매일 사설에서『하등의 대응조치가 없는 전면단폭은 공산주의에 항복하는 것이며 미국은 월남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보다도 자기나라선거전에 이용하려고 하고있다』고 꼬집고 있다.
월남의 상원·하원에서도 19일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단폭에 따른 특별성명서를 발표, 월맹으로부터의 성실성 있는 대응조치가 없는 일방적 축전이란 말도 안된다고 단폭을 반대하는 행정부의 입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조직화 되어있는 월남의「가톨릭」계에서는 정부가 미국과 어떤 묵계를 이룰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으며 일방적으로 미국이 단폭을 실시할 경우「데모」·폭동 등으로 반미운동을 전개할지도 모른다고「사이공」의「업저버」들은 전망하고 있다.「사이공」의「구엔·반·민」대주교는 지난21일『단폭문제가 월남국민의 이익에 배치될 때는 시민의 자격으로 모든 것을 반대하겠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한편 5개월간의 세계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월남 불교계의 한 지도자인「탐·차우」승은 『「하노이」의 대응조치 없는 전면단폭은 반대한다』고 현 시기에서의 단폭을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
27일 항쟁과 불교도의 본부인「안쾅」사원에서는 3백여명의 불교도들이 모여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토론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팝·람」승은 월남문제는 월남인들이 스스로 해결해야한다고 강조하면서 군사적인 방법이 아니라 정치적인 방법으로 전쟁을 종결지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월남정부가 현 단계에서의 내면적으로 단폭을 반대하는 이유는「타놈」태국수상이 신문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적이 계속 약화되고 있는 지금 미국은 오히려 보복을 강화함으로써 전쟁의 조기타결을 시도해야한다』는 주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남정부는 항상 이 평화에의 지름길이 되는 경우에는 단폭을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전쟁종식에 대한 희망은 언제나 살리고 있다.
앞으로도 월남정부는 월맹이 주장하는 NLF대표의 인정은 끝까지 하지 않을 입장을 굳히고 있으며 미국의 종용도 현재까지는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월남정부의 한 대변인은 한국휴전 때를 상기시키면서『미국이 일방적으로 월맹과 단폭을 흥정, 시행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될 경우 월남에서의 반미운동은 구체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주의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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