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곡농업체제의 확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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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의 고미가정책 선언이 있은 후에 시중미가가 뛰면서 신경질적인 미가논의가 성행되고 있는 것 같으나 미가문제를 그렇게 다루는 것은 건실하지 못하다.
우리는 해마다 막대한 양의 외곡을 도입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공업화정책이 절름발이와 같이 되고 있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미가문제는 보다 대국적인 각도에서 다뤄져야 할 것이다. 특히 작년과 올해의 연이은 흉작으로 내년에는 외곡을 무려 1백84만톤 이나 도입해야하는 입장에 있는 우리로서 저곡가정책을 주장하는 듯한 작금의 도시 여론은 너무나 신경질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동안 외곡도입 실적을 보면 66년에 6천1백만「달러」, 67년엔 7천6백만「달러」이었고 올해에는 1억2천만「달러」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또 69연도에는 지금의 양곡도입 계획대로 간다면 1억6천만「달러」수준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짙다하겠는데 이처럼 외곡도입을 하는 처지에서 곡가가 조금만 오르면 물가문제를 빙자하여 이를 억누르려는 반응을 보이는 종래의 태도는 근본적으로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수출증가율이 높다 하더라도 절대수출고가 5억 「달러」정도이며 69연도 수출목표가 6억5천만「달러」에 불과하다면 69연도의 수출에 대한 양곡수입율은 근 30%에 이르는 것이다.
더우기 가공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수출이므로 순가득외환「베이스」로 따지면 양곡 수입율은 60%를 넘길 것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양곡수입 의존율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는다면 외자원리금 상환부담이 불원간 1억「달러」수준을 넘길 처지에 있는 우리의 공업화계획은 벽에 부딪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딜레머」를 예상한다면 양곡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고곡가정책이 불가피한 것이며 식량증산을 위한 투자확대와 고곡가정책이 또한 불가피하다 할 것이다. 몰론 식량수급에 대한 가격탄력성이 낮아서 고곡가정책의 효율이 낮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식량소비억제와 증산을 위한 기본유도수단이 가격이라는데 이론을 제기할 수 는 없는 것이다.
고곡가정책이 파급시킬 물가문제는 다른 수단으로 제어해야 마땅한 것이지 곡가의 억제로 경제의 구조적 모순울 확대시키는 어리석음을 반복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우리의 생각으로는 이제 경제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단계에 왔다고 본다. 고도성장을 위한 확대일변도의 정책은 외환수급의 불균형이라는 애로에 봉착하고 있으며 그 위에 식량수입 압력이 가중되고있는 것이다. 인도의 경우에서 보는 듯한 애로에 봉착한 우리는 시급히 주곡생산체제를 확립해야 할 것이며 주곡생산체제를 의한 고곡가정책의 여파는 고도성장 정책의 후퇴로 수습해야 할 것이다. 고도성장정책의 후퇴가 결코 불명예가 아님을 거듭 강조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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