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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평화의 전제조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사이공」으로부터의 보도는 미·월군대변인의 확인거부에도 불구하고 월남전역에 걸쳐 이미 실질적인 휴전이 실시되고 있다고 전한다. 지난 15일 월맹과 「베트콩」사령부는 당일하오 6시부터 휴전할 것을 명령했으며, 「베트콩」부대들은 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자위행동을 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설이 널리 펴져있는데, 이와같은 설은 지난 16일부터 공산측이 주도한 전투기가 격하고있다는 사실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한다. 현지에 있는 미군소식통은 최근에 새로운 총공세를 준비중인 것으로 보였던 월맹군 대부대가 모두 월남국경밖으로 철수했는데 그 수효는 10개사단에 달한다고 말하고있다.
월남에서의 이와같은 군사상황의 변화는 미국이 북폭을 비롯, 대월맹공격행위를전면적으로 중지한다는데 대해서 월맹이 단폭을 군사적으로 이용하지않고 상응축전조처를 취한다는 합의가 이미성립되었거나 혹은 성립일보전에 있음을 말하여 주는 것 같다. 「존슨」미대통령은 지난 8·19에 제시한 평화방안에서 ①DMZ로부터 미군및 월맹군의 동시철수 ②남침병력의 삭감 ③월남내 도시들에 대한 공격중지 ④그밖의 군사행동자제등 4개조건부로 미국은 북폭을 포함해서 월맹에 대한 공격행위를 전면중지하겠다고 언명한바 있었는데 이 선에 따라서 군사휴전 성립기운이 성숙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잘못이 아닐성싶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존슨」대통령은 전면 북폭정지를 명령치않고 있지만 단폭에 상응하는 축전조처를 취할 용의가 있음을 월맹측이 행동으로 표시한다고하면 북폭정지를 명령하는 것은 단순한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쌍방이 과감하게 축전조치를 취한다고하면 월남전선에서 총성이 들리지않게 되는날도 멀지않을것으로보인다. 월남전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은 벌써 부정키어려운 사실로 되어있지만, 아직도 미국의 협상가도에는 두개 난관이 가로놓여있으니, 그 하나는 협상타결을 하는데 있어서 「사이공」정부를 설득하는 문제요, 그 둘째는 「파리」회담을 정치회담으로 확대하여 월남에 항구적인 평화를 가져오도록 하는 문제이다.
첫째문제에 관해서는 「사이공」에서 미·월고위층회담이 며칠째 지속하고 있지만 「티우」대통령이 북폭중지에 대한 대가를 되도록 비싸게 받고자 하기 때문에 회담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한다. 6·25휴전성립당시 휴전성립에 끝까지 반대했던 경험이 있는 우리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월남정부의 난색표명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우리는 이문제를 매듭지음에 있어서 미국측이 조기휴전성립을 원하는 나머지 「사이공」정부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혹은 그 위신을 깎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의 고려를 돌려주기를 바란다.
월남전쟁에 있어서 자유진영의 작전주도권을 장악했던 것이 미군이었다 하더라도 미국을 비롯 연합국이 참전한 것은 어디까지나 자유월남을 돕기위한 것이었지, 미국이나 기타 연합국이 월남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깊이 명심할 필요가있는것이다.
둘째문제에 관해서는 휴전후 평화협상이 정치협상으로 변하리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미측이 정치협상의 「스케줄」을 어떻게 잡는가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8·19 「존슨」제안은 월남및 「베트콩」을 최종평화협상에 참가시킨다고 하였다. 「베트콩」이 이 협상에 반드시 참가해야할 이유는 무엇이며, 또 이에대해 월남이 동의를 줄까하는 것은 크게 의문이다. 군사휴전이 본격적으로 성립된다고 하면 미국은 참전국 회의를 즉시 열어 「사이공」정부의 의사를 충분히 존중하면서 영예로운 평화를 쟁취할수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조건을 모색토록 해야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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