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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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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6면

단풍이 빨갛게 물든산에서 처녀들이 가을을 탄다.
억센 상수리나무 잎새에 산누에의 가을고치가 주렁주렁 집을 지었다.『산으로 가자』 는 강원도-.원성군지정면보통리일대 야산에는 산누에가 장려되고 올해도 깊어가는 가을속에 산누에고치가 똘똘히 영글었다.
처녀들이 한개한개 상수리잎사귀를 헤치며 따내는 노르스름한 빛깔의 고치는 한개에 1원50전꼴. 원성군에서는 올해에 69정보의 상수리나무에 작잠을 벌여 1천2백관의 꼬치를 따고있다.
산누에는 집누에보다 섬유가 가는데다 질겨 고치 하나에서 뽑히는 실의 길이가 훨씬 길어 수익이 좋다고.
뿐만아니라 돌보지않는 나무잎을 먹고 명주를 만들어 준대서 고마운 누에이지만, 아직은 기업으로서의 뿌리가 튼튼하지 않은것이 흠이되고있다.
보통리 조신행군 (22)은 올해1킬로의 알을까 20관쯤을 땄다고했다.
산누에도 1년에 2번집을 빗는다. 봄에 한번, 가을에한번‥.지금 맺힌 고치는 지난8윌초에 알에서 깨나 45일동안에 상수리나무 잎사귀 1백30장을 갉아먹고 집을 지었다.
4년전에는 원성군에서만 4만관의 고치를 지었던것이 몹쓸 누에의 전염병으로 몰살했다가 작년부터 산누에의 「파이오니어」 김동술씨 (42·영동작잠전무) 가 감은종 (감은종) 을 새로이 육종,다시 출발을해 또다시 고치를 따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산누에가 비교적 알려져 있지않지만 역사는 길다. 인도와「파키스탄」 이 고향인 산누에는 중국을 거쳐서 우리나라에 들어왔지만 잊혀지고 있던것. 인도와 「파키스탄」에선 지금 산누에의 「붐」 이란다. 옛날「실크·로드」의 길목에 있던 나라들이다.
버려진 나무잎을 먹고사는 산누에이지만 이를가꾸는 사람의 공은 적은게 아니다. 까마귀·까치등 새를 쫓아야하고, 모기를 막아주어야하고, 한나무의 잎을 다먹으면 다른 나무로 옮겨 주어야한다. 처음 푸른 나무잎 빛깔인 산누에는 차츰 가을이 깊어가면 몸속에 명주의 섬유가 싸임에 마라 몸의 빛깔이 노르스름해졌다가 목화꽃같은 노란색의 고치틀 짓는다. 누에는 고치안에서 번데기가 된다.이 번데기가 기막힌 보양제라해서 「홍콩」 에서는 대단한인기란다. 번데기 1개에 20 「센트」 까지 갈때도 있다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 인기이전. 『나무잎을「달러」 로』 가을 바람에 한개 두개 잎이 지는 것을 쳐다보며 1백30잎사귀가 고치하나인데-하고 산누에 사육사들은 한숨을 짓는다. 잎이 지는것에 가을의정을 느끼기보다는 고치가 떨어지는구나하고 아쉬워하는 한숨같았다. 고치를마는 영순양과춘희양 (17) 의 손길에 가을이 영글다 못해 빨간단풍으로 맺히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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