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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습추방|간소화의 길잡이「의례준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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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까다롭고 낭비마저 곁들이는 우리의 의례규범이 오늘의 생활에 맞도록 다듬어진다. 이번 정부가 서두르는 의례규범의 간소화 방안은 이른바「제2경제운동」의「캐치프레이즈」로서 북을 울려보자는 ,셈인것같다.

<실행방법 서투르고 계몽운동 실효없어>
낡은 옛관습과 의례를 고쳐보자는 시도는 정권이 바뀔때마다 국민운동을 앞세워 벌어지곤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흐지부지하고 말았다. 혼례·상례·제사·의식주생활등 개선해야할 기준이 없었기때문은 아니다. 그 보다 실행방법이 철저하지 못했고 보급 운동이 잘 안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예로 이미 문교부에서 학교교재용으로 쓰고있는「의례기준」, 보사부에서 10여년전 성안했다가 팽개친「의례규범」등의 여러가지안이 있었다. 이번엔 이것을 통틀어 현대화한「국민의례준칙」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박대통령의 특별지시에 따라 벌어질 이번 의례규범간소화운동은 계획의 총지휘를 김원태무임소장관책임아래 맡고, 문공·문교·보사부등 관계기관은 물론 여성단체를 비롯한 각 사회단체의 협조로 오는 12월15일까지 실행방안을 마련한다는 것.
또 이를 위해 이달안에 가칭「국민의례개선연구위원회」를 설치한다.

<지방엔 아직 재래식경비·시간 많이들어>
주자가례등 전통적으로 물려받은 낡은 예설이 아직도 우리생활을 짓누르고 있음엔 틀림없다. 지금도 도시이외의 지방에선 혼례의 경우 재래식 결혼식은 시간만 따지더라도 평균l시간씩 걸린다.
신납변에 이은 납폐, 생안목안을 들고 신부가 신랑을 맞는 전안식, 남자의 부모가 신랑 종사를 잘이으라고 타이르는 초계등 심지어 신랑신부의 종사자는 상전의 음식까지 먹어야 복이 있다는 의례마저 따르는 지역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상례의 경우는 더 악폐가 많다. 까다로운 상례는 상가를 빚더미에 앉히기가 예사. 지난9윌 정읍군 태인면에 사는 부농K씨는 모친상에 돼지 3마리를 잡고 쌀 5가마의 솥밥을 지어 손님을 치른끝에 5일장을 무난히 마쳤다.

<한꺼번에 고치기엔「구태」의 뿌리깊어>
정부가 이런 구태의연한 의례를 한꺼번에 고친다는건 물론 어려운 일이 따르지않을수없다. 당국은 우리에게 대대로 내려온「미풍양속」을 해하지않는 범위에서 고쳐본다고 했지만 선뜻 어디까지가 미풍양속인지 금긋기도 어려운 문제가 있다. 『혼례때 우리고유의 의상만을 단단히 입는것은 좋다』『상례때 여자는 소복을 입고 건을 두르는 것으로 한다』는 식의 의례규범의 간소화는 바로 그런 문제를 제기하고있다.

<공무원들 우선 실천 여성단체통해 계몽>
이를테면 언제부터인가 저절로 없어진「들러리」(혼례때)처럼 실생활에서 쉽게 개선할 수 있는 점부터 고쳐나가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장(예 결혼식때의 피로연 답례품의 폐지등).
또 이운동의 실천을 당국은 ⓛ학교기관을 비롯한 성인교육을 통해서 ②전국30여개 여성단체의 운동으로 ③각군마다 설치돼있는 2백여개「부녀교실」을 통해서 ④그리고 공무원들을 비롯한 각 직장의 사람들이 스스로 간소화규범을 실천하도록 계몽한다고 말하고있지만 이운동이 흐지부지 관제화하다 마는 전례를 남기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이번에 「의례규범」간소화안으로 만든 것을 보면 다음과 같다.
◇혼례=ⓛ약혼식은 신부집에서 간소하게 한다. ②결혼식에는 피로연, 답례품, 축사를 폐지한다. ③그대신 결혼식순에 혼인신고의 서명날인절차를 신설, 결혼신고를 그자리서 쉽게 그리고 빨리 마칠수있게하며 ④이때 결핵·성병등 건강진단서를 첨부한다.
◇상례=①남자는 상복대신 건만으로, 여자는 머리에 두르는 띠로 상복을 대신한다. ②제물을 생략하고 헌화로 대신한다.
◇제사=①궤연을 생략하고 사진으로 대신하며 ②제사를 추도회로 바꾼다.

<김석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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