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대학 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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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대학교육의 기회균등과 건전화를 촉구하기 위해 불원 통신대학제도를 제도적으로 마련키로 했다고 9일 알려졌다. 지금까지 나타난 이구상의 골자는 대략 다음 세가지인듯하다. 즉 ①우선 통신수단을 통한 교육이 비교적 용이한 인문계및 농과계통학과부터 실시하되 ②교육은 강의록의 구독과 실지수업및 시험을 거치게하고 ③소정의 학업과정을 마쳐 대학졸업자격검정시험에 합격한 자에게는 학사증을 준다는 것 등이 곧 그것이다.
정부는 이와같은 제도를 실시하게 되면 ①자질있는 농촌청소년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줄 수 있고, ②과중한 교육비 부담으로 인한 농촌경제의 파탄을 막을 수 있다고 전망, 이를 위하여 정부는 각도단위의 가칭 통신대학관구제의 실시 및 이에 배속될 교수진의 확보등을 위해 필요한 법적·행정적인 조치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지하는 바와같이 통신수단을 통한 각급학교 교육과정의 교육은 오늘날 결코 생소한 일이 아니며, 우리나라에서도 몇가지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스칸디나비아」제국과 영국등지에 있어서의 이른바 통신대학제도나, 미국의 군복무자를 위한 USAPI제도, 그리고 과거 한국의 몇몇대학이 시도했다가 실패한 이른바 「대학강의록」등은 그 몇가지 실례라 하겠다. 다만 선진각국에 있어서의 이제도가 예외없이 질높은 사회교육의 수단으로서나 정규의 대학교육을 확장하는 수단으로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반하여 우리나라에서의 몇몇 선구적인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간데에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첫째로, 이와같은 통신대학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형식적 교육기관인 정규교육기관의 체계와 이와 동등한 비중을 가지고 무게있는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비형식·학교외 교육기관체계와의 사이에 긴밀한 연결이 이루어 질 수 있는 여건이 법적·재정적·인적자원상으로 마련돼 있어야 한다. 해방후 미군정이 문교부내에 성인교육국을 설치하고 이에 통신교육의 제도화를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것은 교육과 자격문제를 항상 결부시켜서만 생각하러들던 우리나라 교육관계 인사들의 고루한 학교교육관의 소치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통신대학의 제도화에 있어서는 먼저 우리나라 학교및 학교외 교육제도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개편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며 또 통신대학의 수강자들이 반드시 자격문제와는 관련없이도, 기꺼이 이에 지망하여 그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하는 인사채용제도등에 있어서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것이라 하겠다.
둘째, 무릇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이 통신교육제도도 결국은 그 운영의 묘를 얻지못하면 각종사회적 폐단의 근원이 될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두지 않을수없다. 기존대학들조차 그운영의 실태와 교육의 질적 내용에대해서 사회적으로 많은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터에 이 통신대학은 자칫 잘못하면 온갖 사회적 부패의 온상이되고 건실한 사립대학조차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될 엉뚱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지적해 두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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