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기관 설치부터|국어국문학회 한글날기념 강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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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9일로 한글을 편지 5백22돌을 맞는다. 국어국문학회는 한글날을 기념하여 지난4일 명지대강당에서「현행 맞춤법의 문젯점」(김동욱·연세대),「한글의 단계적인 전용」(강신항·성균대),「표준말의 재검토」(이상보·명지대)에 관한 강연회를 가졌다.
한글 맞춤법은 소리나는 대로 적는다는 원칙과 말의 뿌리(언근)을 밝힌다는 원칙이 서로 엇갈린다. 한글이 표음문자지만 한자의 영향인지 발음과는 별도로 형태에 의한 시각적인 효과도 두드러지고 있다(낫·낮·낯등). 이같은 표음과 표의문자로서의 이율배반적인 맹점은 한글의 과학적인 장점을 해치고 있고 맞춤법에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한글을 풀어쓰기로 개혁해버리면 그와 같은 맹점은 해결되리라 생각된다.
받침은 초성을 쓴다 (종성복용초성)는 규정 때문에 빚어지는 혼란도 매우 크다.
초성을 모두 써야한다는 강제성이 없음에도 현재에는28개 받침이 어지러울이 만큼 쓰이고있으나 맞춤법통일안을 낸 후에 경북안동에서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에 의하면 훈민정음 제정 당시에는 8개 받침(ㄱㄴㄷㄹㅁㅂㅅㅇ) 만이 쓰였던 것이다.
따라서 하루속히 맞춤법통일을 위한 간단하고 합리적인 원칙을 확립하라고 김동욱 교수 는 역설했다.
한글의 단계적 전용에 대해 강신항 교수는 언어가 생명력과 유동성이 있음을 지적하고 급작스럽고 강제성 있는 한글전용은 오히려 무리가 있음을 강조했다.
한자를 없애기에 앞서 한글표기 맞춤법부터 정비해야겠고 한자의 우수한 조언력 등을 구태여 버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언어는 일종의 약속이므로 중국인들처럼 포용력 있게 남의 말이라도 좋은 것은 받아들여야 하겠다. 한자를 전적으로 폐지하느니보다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가르치는 것이 오히려 효과가 있음직하다.
그러나 강신항 교수는 현재 언론기관을 중심으로한 관청 등에서 쓰고 있는 한자들이 상궤를 벗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표준말이란 서울의 중류사회에서 쓰는 말을 기준한다. 현재 표준말은 1936년 9천5백47낱말을 한글학회에서 정했을 뿐 뚜렷한 근거를 갖지 못한다.
표준말의 기준도 현재로서는 분명한 근거로는 어려운 실정이다. 같은 증류층의 말이라도 세대간의 거리가 너무 뚜렷해서「서울·중류·중년」이라는 중년에 국한시켜야할 것 같다.
표준말 사용에는「라디오」「텔리비젼」신문등의 모범적인 언어사용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너무 유식함을 뽐내렴인지 지나친 외래어의 남용도 삼가할 문제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사전의 통일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이상보 교수는 누누이 강조한다.
이 강연회의 세교수는 한결같이 전문적인 연구기관을 정부당국이 설치하도록 요구했다. 맞춤법이나 한글전용이나 표준말의 사용이 한 두 사람이 하루 이틀에 해결할 수 없는 국가적인 문제이며, 따라서 모든 학자와 관계인사들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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