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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 교과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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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매리메」는「카르멘」이라는 소설로 널리 알려진「프랑스」의 작가이다. 그의 단편 중에 「마테오·파르코네」라는 작품이 있다. 「이탈리아」의 어느 가난한 농부의 이야기이다.
「마테오·파르코네」가 잠시 외출을 한 사이에 그의 하나뿐인 조그만 사내아이가 마당에서 쓸쓸히 놀고 있었다. 이때 누구에게 쫓기는 둣한 남자가 허둥지둥 도망을 쳐왔다.
그 사람은 비밀을 지켜달라고 말하며 짐더미 속에 숨었다. 그를 허겁지겁 뒤따라오던 경찰관이 그 아이에게 누가 도망치는 것을 못 보았느냐고 물어보았다. 아이는 입을 꼭 다물고 도리질을 했다. 경관은 마침내 「포키트」에서의 회중시계를 꺼내 그 아이를 유혹했다. 시계가 혼들혼들 하자 그 아이의 머리도 흔들거렸다.
아이는 손짓으로 그 남자가 숨은 곳을 가리켜 준다. 「마테오·파르코네」가 집에 들아와서 그의 외아들이 저지른 일을 알고 그는 방에 들어가 엽총을 가지고 나온다. 이것을 알아차린 어머니는 성모「마리아」상 앞에서 애절히 기도를 올린다.
『탕!』,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을 쏘아 죽인다.
이 이야기가 한 때 일본사회에서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국민교육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냐에 관한 진지한 토론이었다.
우리 사회에서도 언젠가 「홍부와 놀부」에 관한 시비가 있었다. 흥부는 과연 교훈적이며 이상적인 인간상인가에 관한 회의에서 시작된 논란이었다. 패배주의적이며, 요행적인 인물 보다는 차라리 탐욕적이긴 하지만 생산적인 놀부 편에도 시대적인 인간상이 엿 보이지 않느냐는 반론이 나왔었다.
세계 여러 나라 중에서 2개국 이상의 교과서에 등장하는 이상적 인물은 72명에 달한다. 그 중에 가장 많은 교과서에 둥장하는 인물은「에디슨」과 「이탈리아」의 탐험가「컬럼버스」다.
이것은 흥미 있게도 한시대적 인간관을 암시해 준다. 오늘의 시대는 「알렉산더」대왕이나 「간디」나 「안데르센」보다는 훨씬 더 「다이내믹」하고 강인하며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인간형을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교부는 내년부터 3개년에 걸쳐 초·중·설교의 교과서를 개편할 계획을 발표했다. 깊은 연구와 진지한 태도로 새로운 국민철학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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