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손민한 여전하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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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1군 복귀까지 1378일이 걸렸다. 발을 다시 떼기는 무척 어려웠지만 큰 걸음을 걸었다.

 손민한(38·NC)이 5일 창원시 마산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5이닝 5피안타·1실점을 기록했다. 그는 4회를 제외하고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다. 배영수(32·삼성)·박명환(36·전 LG)과 함께 한국 프로야구 에이스 트로이카로 불렸던 시절보다는 위압감이 줄었다.

 그러나 손민한은 특유의 ‘강약을 조절하는 투구’로 위기를 이겨냈다. 고비 때는 최고 시속 146㎞의 빠른 공도 뿌렸다. 손민한은 1-0으로 앞선 5회 초 1사 2루에서 정근우에게 적시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손민한은 살짝 웃었다. 대주자 김성현의 도루를 저지하며 아웃 카운트를 늘린 그는 조동화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투구수 78개. 예전의 손민한이었다면 계속 던졌겠지만 김경문 NC 감독은 더 욕심내지 않고 그를 벤치에 앉게 했다.

4년여 만에 1군 마운드에 선 손민한(NC)이 SK 조동화를 상대로 힘껏 공을 던지고 있다. 창원=정시종 기자

 동료 모두가 손민한의 승리를 도왔다. NC 주장 이호준은 3-1로 앞선 6회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이호준은 이후 3타점을 추가하며 이날 총 7타점을 올렸다. NC는 창단 후 첫 그랜드슬램을 포함해 15안타를 몰아치며 11-5 완승을 거뒀다. 손민한은 2009년 7월 29일 사직 KIA전 이후 1407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1997년 롯데에 입단한 손민한은 ‘롯데의 심장’이었다. 2005년 18승7패 평균자책점 2.46을 기록하며 시즌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했다. 그해 롯데 성적은 6위였다.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가운데 MVP를 거머쥘 정도로 그의 기량과 인기는 대단했다.

 손민한은 2009년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은 뒤 2011년 롯데에서 방출됐다. 이후 프로야구선수협회의 비리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손민한은 제9구단 NC에서 연봉 5000만원짜리 신고선수로 지난 4월 새 출발 했다. 어렵게 돌아온 마운드에서 그는 3년여 만에 개인 104승째를 거뒀다.

 잠실에서는 박용택이 만루홈런을 터뜨린 LG가 두산을 5-3으로 이겼다. 롯데는 사직 KIA전에서 선발 송승준의 5이닝 3실점 피칭에 힘입어 6-3으로 이겼다.

창원=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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