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부산 크루즈 터미널 3년째 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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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크루즈(국제부정기여객선) 전용부두가 내년 5월 완공을 앞두고 있으나, 여객터미널 건립은 3년째 표류하고 있다.

▶ 부산항 크루즈 전용 부두가 축조되는 부산시 영도구 동삼동 매립지.송봉근 기자

크루즈선 전용부두(승하선 시설 331m)는 영도 동삼동매립지내 해경부지 인접지에 해경부두와 함께 2003년 12월 착공, 내년 5월 완공될 예정이다. 크루즈 및 해경부두는 하나의 부두로 양쪽으로 나눠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2375평 규모의 크루즈선 여객터미널은 정부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해양수산청은 부두완공 시점에 맞추기 위해 사업비 169억원 중 설계용역비 등 55억원을 200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요구했으나 정부는 사업주체를 부산항만공사(BPA)로 규정,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

부산해양청은 지난해 12월 BPA측에 여객터미널건립을 촉구했고, BPA는 재정부족을 이유로 정부 건립을 요청했다.

부산해양청은 지난 1월 다시 해양부에 부산항 건설사업 중기사업계획에 반영을 요구했으나 같은 이유로 사업계획에서 제외됐다.

이들 기관의 줄다리기로 크루즈선 전용부두가 완공된 뒤에도 여객터미널을 확보하지 못해 부두가 무용지물로 전락할 공산이 커지자 부산시가 여객터미널 건립을 촉구하고 나섰다.

부산시는 지난달 28일 부산해양수산청에서 열린 해양수산행정협의회에서 부산해양청과 BPA에 크루즈선 여객터미널 건립을 조속히 추진하도록 촉구했다.

부산시는 크루즈선 전용부두 완공시기와 연계해 여객터미널 건립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해줄 것을 요구했다.

BPA는 정부예산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20억원을 들여 임시터미널을 건립한다는 방침이다. 북항 재개발 계획에 크루즈선 전용부두 건설이 포함될 경우 동삼동매립지 부두에 대규모 사업비를 들인다는 것은 중복투자로 예산낭비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부산해양청은 169억원을 들여 2370여평의 터미널 건물과 승하선 시설 등을 갖출 계획이었다.

BPA 관계자는 "정부예산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항만공사 재정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며 "임시 터미널도 이용에 큰 불편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항만 및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부산신항이 2010년 완공된 이후 북항 재개발이 이뤄져 국제여객터미널은 2015년 이후라야 개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동삼동 터미널은 최소 10년 이상은 사용해야 한다"며 "자칫 졸속으로 지어저 국제적인 망신을 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시 관계자도 "호화 크루즈가 접안할 부두의 터미널이 초라하게 지어질 경우 관광 부산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킬 수밖에 없다"며 "부산해양청과 부산항만공사가 협의해서 관광객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수준의 터미널을 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권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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