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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식 진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문교부와 서울시 교육위의「수동식」대「전자계산기」의 대결은「수동식」편의 KO승으로 끝이 났다.
신년 중학입시는 빙빙 돌아가는 물레식 상자속에서 은행알을줍는 제비뽑기를 해야할 형편이 되었다. 횡재나 바라는 심산으로 지망생은 모든 일을 운수대통에 맡길수밖에 없다.
전자계산기를 비꼬는 사람들이 흔히 인용하는 이런「에피소드」가 있다. 성경을「컴퓨터」에 의해 번역하는 이야기다. 구약에나오는『육신은 약하고 영혼은 강하다』는 시구를「컴퓨터」에 넣었더니『고기는 연하고 술은 독하다』는 번역이 되더라는 것이다.「영혼」(Spirit)이라는 말은 술이라는 뜻으로도 사용되는것이 사실이다.
두가지 문구는 돌과 물과의 차이는된다. 과학의 뒤통수를 치려는 누구의 재담임엔 틀림없다.
문제는『고기는 연하고 술은 강하다』는 문구가 바로「과학적」인것에있다. 성경을「컴퓨터」에넣는것은 그 방법부터가 잘못되었던것을 상기해야한다.「제트」기의「오일·탱크」에 물을 부은것이나 다름없는 비유인것이다.
서울시 교육위가「컴퓨터」를 제안했던 의중은 과학적이며 합리적인 근거에서 입시를 치르자는것이었다. 가령「컴퓨터」속에지망생의통학거리, 건강상태, 지능계수,「버스」노선의 변경등「데이터」를 집어 넣으면 합당한 중학교가 선정되어 나온다. 이것이 비합리적이며, 비과학적이고, 비논리적이라는 근거가 있을수 있을까. 성경의 번역을 전자계산기에 의뢰했던 경우와는 판이한것이다.
수동식 제비뽑기에 기대할수있는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당에게 운수를 묻는것이나 무엇이다른가. 적어도 원시적인수법에서는말이다.
결국 제도의 개혁은 운영의 실패로 무의미해질수있다는 또하나의 시행착오를 남길지도 모른다. 매사의 능률은 원인과 동기가 분명할때 날개를 편다.「디젤」기관차에 석탄을 퍼 붓는 일은 없어야 할것이다.「컴퓨터」를 밀어 놓고, 운수대통을 점치기엔 시대가 너무 앞질러있다. 현대식 판정패가 어느쪽인가는 독자의 심판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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