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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심해에도 예외없는 생존경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바다는 살아있다. 깊이는 있어도 좀처럼 끝간데가 없는 해저는 무한한 생존의 광장. 밤낮 없는 생존의 터전이다.
「에머럴드」빛, 붉은 산호빛, 짙푸른 호박빛의 해조류와 이끼류가 깊이를 가리지 않고 서생한다.
맨 얕은 데는 녹조(녹조) 그 아래 조금 깊은 데는 갈조, 맨 깊은 데는 바다의 장명등 같은 홍조가 깔려 있다.
겉으로 평화로이 공존하는 듯한 식물들도 자세히 관찰하면 생존경쟁이 엄연하다. 예를 들어「파래떼」는 그 밑층에 사는「김떼」에 치이고, 「김떼」는 그보다 더 깊은 층에 사는「마상이떼」에 걸리면 시들어 죽고 만다.
해저의 어류들도 마찬가지. 저 무수한 지느러미의 군상, 광채가 나는 눈망울을 봐라. 서대기·꽁치·나분대·가자미·정어리·오징어·새우·날치… 크고 작고할 것 없이 눈망울은 항상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러나 바다의 광장에서 한데 어울려 사는 식물과 어류사이에는 다정한 공존의 윤리가 있다.
특히 해조류는 물고기의 먹이이자 숨통. 해초가 시들어 죽으면 물고기도 숨막혀 죽기 마련. 그래서 이끼가 흡사 나팔꽂 모양의 무늬를 그려놓은 어느 암초 주변에서 물고기 떼들은 생명의 환희를 합창한다. 바다의 평화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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