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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천안문 먹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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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천안문(天安門) 사태가 돌출 변수로 떠올랐다. G2(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대국관계를 구축하려는 중국에 미국이 이 사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천안문 사태는 1989년 6월 4일 베이징(北京)에서 발생한 중국인들의 민주화 요구 시위를 덩샤오핑(鄧小平)을 정점으로 한 당시 지도부가 무력 진압해 875명(중국정부 발표)이 숨진 사건이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당시 사망자가 3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1989년 베이징의 정치적 혼란’ 사건에 대해 미국은 해마다 사실을 무시하고 중국정부를 근거 없이 비난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이는 중국의 내정에 대한 무례한 간섭”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당시 혼란에 대해 이미 명쾌한 결론이 나와 있으며 우리는 미국이 그 혼란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중국의 발전을 정당하게 취급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4주년을 맞는 천안문 사태는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비극이며 중국 정부가 당시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과 그 가족에 대한 탄압을 멈추고 희생자와 수감자, 실종자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줄 것을 재차 요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같은 미국의 비판이 나오자 6~8일 캘리포니아에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걱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국 갈등의 단골 메뉴인 중국의 인권 문제가 거론될 경우 시 주석이 이를 순순히 받아 줄 가능성이 작아서다. 시 주석은 지난 3월 러시아 방문길에 “신발이 발에 맞고 안 맞고는 신은 사람이 가장 잘 안다”며 미국의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2009년 멕시코 방문 때도 중국 인권 문제가 거론되자 “배부르고 할 일 없는 사람들이 우리 일에 이러쿵저러쿵 한다”며 미국을 겨냥해 원색적 비판을 가했다.

 홍콩의 정치평론가인 신리(辛立)는 “시 주석이 트리니다드 토바고 등 중남미 3개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천안문 사태가 거론된 것은 미국이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의도적으로 시 주석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시 주석은 이번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더 이상 미국의 내정간섭을 용납하지 않는 신대국관계 구축을 노리고 있어 물러서지 않고 미국에 대응할 복안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부터 천안문 사태 24주년을 앞두고 인터넷에 사태 관련 용어를 입력하면 전혀 다른 내용이 검색되도록 하는 방법으로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천안문 사태 유가족 모임인 천안문 어머니회는 뉴욕에 본부를 둔 ‘중국인권(Human Rights in China)’을 통해 지난달 31일 공개한 서한에서 “시진핑 주석이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시대의 가장 배격해야 할 비민주 등 정책들을 수용하고 있어 그의 정치개혁에 대한 희망이 절망이 됐다”고 비판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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