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를 따면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마지막 포도 손질을하며 다시한번 대견스러움을 느낀다. 이위에 더 소담스럽고 풍요한 결실이 있을까.
이렇게 가슴부푼 수확을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손과 마음들이 고생을 했었던가. 물론기본적인 자본이나 터전도 든든해야 하겠지만 돌보는사람들의 인내와 노력이 제일 필요한것임을 가슴깊이 절감한다.
○…포도 수확이 이렇게 잘되었으니 큰애기도 이젠 시집을 가야 되쟎겠느냐고 이웃집 아주머니는 맞대놓고 축하의 뜻을 되풀이한다. 그렇지 않아도 이포도따기가끝나는날나에겐예쁜「투피스」한벌이생길 예정이다. 아버지께서 특별히 허락하신 것이다.
○…무슨 모양으로 할까, 또 무슨색깔로… 이런 생각을 하노라면 내마음은 어느새 푸른 하늘가에둥실떠있는새하얀솜털구름을닮아간다.
강한 햇별에 그을고지쳤던 여인의 피부는 포드가 익을 때 다시 우유빛 살결로 돌아오고 눈매는 검은 포도알처럼 빛난다는 얘기가생각난다. 한입깨물면 입속에 가득 담기는향기, 이빨사이에서 탄력있게 으스러지는포도알의감촉. 여름과 더위는 포도향기에 밀려 쇠잔해지고 그렇게 계절은 바뀌는 모양인가. 허전함을 느끼기엔 아직 포도밭에 할일이 많아 다행이다.<유춘강·충남공주군공주읍 교동120 교동포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