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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에와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고 육당 최남선씨의 「설악기행」을 보면 『금강산보다 좋다』는 소감이 보여, 그럴까 했보니, 이번 막상 와서 외설악만 대강 알어보니, 육당의 소감엔 당연한데가 있다고 느꼈다.

<울산바위>
첫째 금강산에 있는 어느 바위보다 넓이가 넒고, 중후한 맛을 지닌것은 계조암뒤에 2킬로나 뻗쳐 있는 무뚝뚝한 경상도사내, 엇비스듬히 누은것같은 이 울산바위다.금강바위산을 만들작정으로 이나라 안 바위들이 모두 하늘을 날아 모여드는판이었는데 울산서 오던 바위가 어째무슨심술이났던지 금강산에 가서 단체행동하는걸 작파하고 여기 앉아버렸다는 얘긴데,아닌게아니라 이만한 덩치면 금강의 그 기기괴괴한 제제다사연한 바위들속에 가서 끼지 않은것도 잘생각한 일인듯 싶기도 했다.
울산바위 이마로 올라가는팔백여덟개 계단의 3분의 2쯤 올라가면서 바른쪽으로 이바위의 겨드랑께를보면 거기엔 찬란한 총천연색의 추상화풍의 보살들 벽화가 등신보다 훨씬 더크게 고대거인들처럼 그려져있는데 이것은 사람 누가손을 댄게아니라 완전히 자연으로 된것이고보니, 보는이의 감탄이 적을수없다.
울산바위, 이만한 능력이있어 그곡집을 부려고 홀로 여기앉은것인가.여기 오르던 전날 저녁때 이산속 신흥사 어느스님보고 우리일행중에 누가『여기 모기많지요』하고물으니『한마리도 없십니더』하고 경상도에서 오신듯 대답하던게 이울산바위에 올라 다시생각났다.나는 어젯밤에 그스님 바로 옆방에 자보니 꽤는 모기가 많던데, 이스님은 아마 이울산바위 피부가 다되어 모기있는줄도 모르게되었나보다고 .

<비선대·토왕성폭포>
비선대의 맑고 깨끗하고 향기로운 반석계류의 아름다움은 마치 몇송이 만개한 커다란 흰꽃속에 무슨 천상의 향물줄기가넘나들며 흘러내리는 느낌이다. 나는 나보다도 나이가 위인 불교교수 두분과 열한살자리 내막내아들과 대학의 제자 여학생하나를 데리고 이속에 들어섰는데 웬일인지 여기물속에발을 적시고 들어서자 마자 이들은 모두잠시 경어들을 쓰는걸 잊어버리고 반말투로 서로 맘을 건네고었는 사실에놀랐다.
노소가 .모두 대여섯살짜리 어린에가되어 낄낄거리고 재잘거리며 주고받는 반말이 썩갈잘어울리게된것이다. 떠나기 싫은 곳이었다. 여기서 내려오다 신흥사를 벗어나면 남쪽 산정 아스라이 토왕성 3백미터의 폭포가 별에서 내리는것처럼 하늘로부터 길게쏟아지고 있는것이 우러러보인다.
육담과 비룡까지 가고도 아직 이년이 모자라 이토왕성폭포에 살을 대보지못하고 가는것은 섭섭한 일이지만 늘 섭섭한게 내인생이고 시인바에 어절수는 없는 일이다.『토왕성의「성」자는 별성자로 고쳤으면 좋겠지요』하고 동도의 김삼도교수에게물으니 빙그레 웃는 낯으로 그곳을 우러르며 그도 찬성을 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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