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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법운용에 시련|대법원의 동백림사건판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대법원 형사부가 30일동「베를린」거점 공작단사건 관련21명의 피고중 12명에게 「파기·환송」판결을 내린 사실은 공소유지를위해 힘써온 검찰은 물론 일반적인 개념으로 「간첩행위를한자」를 어떻게 다스려야하느냐는 문제로 큰 벽에 부딪치게 했다고 보아진다.
원심이 파기된 12명의 피고들에게「간첩죄」를적용할수없다고 한 대법원의 판결은 또『비록 북괴의 지령에 따라 잠입했다고해도 지령을 수행할 의사나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할수없으면 「잠입죄」도 성립될수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것은 곧 국가보안사범을 다루는데 있어서 수사기관이나 검찰에 대해 충격적인 판결이 아닐수 없다는 인상을 심어준것으로 보아야 할것같다.
검찰은 이러한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즉각 『장기목표를 세워 지하에잠복, 시기를 기다리며 행동을 계획하고있는 북괴의 간첩전략은 집요하고지능적인데 이번 판결은 「간첩죄」나「잠입죄」를 너무 엄격하게 해석한것이아니냐』고 반발했고『현실적으로 볼때 이 죄목은 넓게 해석하여 적용해야할것』이라고 불만까지 표명했다.
이러한 검찰의 견해는 대법원의 판결이 법률의적용, 해석에 있어서 『너무 협의적(협의적)
이었다』는것에 일치하고 있으므로 이판결의 여파는 나아가 반공한국의 존립에도 영향을 끼치게되지않을까 우려도된다.
대법원판시 요지중 주목을 끄는것은 형법제98조의「군사기밀수집, 탐지등의 행위」국가보안법제2조의 「군사목적 수행」등의 간첩죄는 구체적수집, 탐지행위를 하지않았으면 기수(기수)로 볼수없다(종전의 대법원판례)는 점이다.
즉 해외유학생 명단을 수집, 북괴공작원에게 제공한 혐의를받고있는 정규명피고의 경우에 대해서도 이를 기밀 수집, 제보로 볼수없다는 태도를 취한것으로 해석됐다.
또한 반공법제6조4항의「잠입죄」의 해석에있어서도 북괴의 지령에따라 국내에잠입했을 경우라도 지령실천의 의사가없다고 인정될경우에는 동법상의 잠입죄를 적용할수없다고 판시, 김중환피고의「케이스」를들어 이부분의 유죄인정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대법원의 해석에의하면 정하룡피고등의 경우처럼 난수표등을갖고들어왔다든가하는 구체적인 증거가 있을때에한해서 지령수행의사가있었다고 볼수있다는것이고, 이러한 뚜렷한 증거가없을 경우에는 다만 지령받고 들어왔다고해서 잠입죄를 적용할수없다는것이다.
대법원은 또임석훈피고에대한 원심파기 이유로 임피고가 법률상의 자수는 하지않았으나
수사과정에서 협조한것은 준자수로 인정할수있다고 할수있으므로 원심이 임피고에게 사형을 선고한것은 명백히 양형부당(양형부당)이라고 단정한것이다.
그밖에 윤이상피고(원심에서 징역15년)의 양형이 부당하다고본 이유로는 윤피고가 반공법·국가보안법이 제정되기전에 외국에갔기때문에국내사정을 잘몰랐고, 예술활동에 국위를 선양한점등으로 미루어 양형이 너무무겁다고 지적하고있다.
이와같은 대법원의 판결은 결론적으로 이사건피고들에게 반공법4조1항(이적행위)에는 해당되어도 간첩죄는 적용될수 없다는 것으로 집약되고 만다.
대법원의 이와같은 판결에 앞으로 검찰과 정부당국이 어떠한 대책으로 법운영과 법제도면에서뚫고 나갈것인지 주목되거니와 「간첩섬멸」과「대공작전강화」를 외치고있는 현시점에서 당국과 검찰이 이러한 판결의 영향력을 앞으로 어떻게 막아 밀고나갈는지 또 하나의 초점이 되겠다. 【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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