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기한 외환평형기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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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재무부는 앞으로는 외화대부를 일절 중단한다는 전제 아래 내년도 예산에 외환평형기금 1백억원을반영토록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것으로 27일 소식통이 전했다.
외자도입이 활발해지면서 해외부문에서의 통화창조가 격화됨에 따라 외환평형기금의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지는 이미 두해가 넘었다. 그동안에도 재무당국이 이평형기금1백억원을 예산에확보코자 수차 시도했던 것은 주지된바 있으나 그때마다 격증하는 세출수요때문에 실현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69년예산을 다루는데 있어서도 정부·여당연석회의는 이평형기금을 예산에 반영시키지 않기로 일단 합의한바 있었다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무부는 그 설치를 다시 강력히 추진키로 한것으로 짐작된다.
이처럼 예산상의 애로에도 불구하고 재무부가 계속 그 평형기금설치를 추진키로 한 구체적 배경을 우리로서는 알수 없으나 그것은 그 「타이밍」으로나, 자원조달전망으로보거나 이제는 벌써 적합성을 잃은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첫째 외환보유고 추이에대한 평가문제가있다. 외환보유고증가추세가 올해들어 매우둔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주시해야할것이다. 외환보유고는 66년중에 9천7백만「달러」, 67년중에 1억1천2백만 「달러」가 각각 늘었던것인데 올해들어서는 7월25일현재 1천3백만「달러」밖에 증가하지않은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이러한 외환보유고증가추세의 둔화는 면밀한 검토의대상이 된다 하지 않을수 없다. 수입수요의 격증과 단기신용수취의 한계성, 외자도입여건의 악화, 미국 대외원조전망의 악화등으로 우리의외환보유고는 증가요인을 크게 상실해가고 있다할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여건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외환보유고가 계속 과거와 같은 속도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없는한, 외환평형기금을설치할 필요성은 그다지 절실하지 않을 것이다. 요컨대 외환평형기금실치는 그시기를 잃었다고 보이는것이다.
둘째, 이 기금의 재원조달문제도 막연한것같다. 정부·여당연석회의에서도 재정흑자에 의한 기금조달이 불가능했기때문에 이를 69연도예산에 반영치 않기로한 것이라면 결국 채권발행으로 재원을 조달할 수 밖에 없을것같다. 그러나 기금채권을 어디다 소화시킬 수 있겠는가는 엄밀한 검토를 요한다. 필경 그것은 금융기관 인수로 귀결될 것이 뻔한데, 그렇다면 현행 유동성규제와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어지게된다. 외환평형기금설치의 의의가 있다면 그것은 금융상의 교란현상을 막아보자는데 있을것이나 그 재원이 금융자금에서 염출된다면 결과는 마찬가지가 되겠기 때문이다.
셋째, 이문제는 연율 13억「달러」에 이르는 수입수요를 어느정도 억제할수있겠는가하는 정책문제와도 밀접한관련을가진것으로 생각된다. 수입수요억제를 강력히 추진할수있는 조건하에서만 외환보유고증가는 가능하다고 보이는데 지금까지의 추세로 본다면 강력한 수입억제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따라서 외환평형기금의설치는 수입수요억제정책의 강도와 비례해서 그필요성이 커진다할수있겠으므로 관련정책의 조화가 전제되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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