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헬스코치] 어른보다 아이들이 비만 치료 쉽다!

중앙일보

입력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소아비만치료로 병원에 아이를 데리고 오면서 어머니들이 의아해하는 질문 중의 하나가 과연 아이들이 살을 뺄 수 있을까이다. 이런 의문의 강도는 엄마들이 다이어트에 실패한 경험이 많을수록 더욱 세다. 어른도 그렇게 빼기 힘든데 아이들이 도대체 살을 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아이들의 놀라운 감량능력을 확인하고 자신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빠른 속도로 살을 뺀다. 각종 연구와 사례들만 살펴봐도 소아비만이 성인비만보다 더 치료가 쉽고 치료 속도도 빠르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되었다. 이미 미국에서는 비만 교육과 인지행동치료를 통한 성공적인 소아비만치료 사례들을 속속 보고하고 있다. 이것은 국내에서도 예외가 없으며 지금까지 우리 병원에서도 여지없이 적용된 사실들이다.

소아비만치료의 관찰적 사실
1. 아이들은 어른보다 살을 잘 뺀다. 비율로 보았을 때 대체로 아동들의 체중 감량율은 어른보다 더 뛰어나다.
2. 어릴수록 잘 뺀다. 단 말을 알아듣고 실천할 수 있는 나이부터이다.
3. 어머니가 아이를 믿을수록 아이들의 체중은 줄어든다. 칭찬과 격려가 아이들의 체중감량성과를 더 두드러지게 한다.
4. 가족이 함께 식사조절과 운동을 하는 등 협력과 동참이 강할수록 아이들은 수월하게 체중을 감량한다
5. 학업스트레스가 적을 때 아이들의 체중감량은 두드러진다.
6. 대체로 어른에 비해 아이들의 체중감량은 요요가 적다.

아이들과 달리 어른들은 오랜기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습득한 다이어트에 관한 배경지식이나 몇 십년 동안 반복되어 고착화된 습관 때문에 치료가 힘든 경우가 많다. 자신의 감량능력에 대한 의심과 기존의 생활습관을 유지하는데 대한 자기 합리화가 강하다. 식사량을 줄였을 때 음식중독에 의한 금단증상으로 인해 다이어트 우울증을 심하게 앓으며 각종 유혹에 대한 스트레스로 자신을 학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스폰지같은 흡수력이야말로 가장 큰 자산이다. 아이들은 부모나 전문가가 일러준 상황을 곧이곧대로 따르려 노력한다. 식사일지도 열심히 적으며 하루의 운동량을 채우는데 대해서도 열심이다. 가르쳐준 대로 의심과 거부감 없이 잘 따르는 것이 아이들의 특성이다.

아이들은 변화 적응력이나 몰입 능력이 어른보다 뛰어나다. 변화된 환경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지나간 과거에 대한 미련이 약하다. 소아비만 어린이들은 간혹 의지력 부족이 문제로 대두되지만 어린이다운 변화 적응력을 잘 이끌어주면 아이의 회복탄력성과 무한잠재력을 쉽게 발휘한다. 아이들의 긍정적인 특성을 잘 살리는 프로그램을 실천한다면 소아비만은 생각보다 정복하기 쉬운 질병이 될 수 있다. 소아비만에 있어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부모가 우리 아이는 살을 빼기 힘들거야 라고 생각하면 그 순간부터 아이들의 소아비만극복은 요원해진다.

부모의 현명한 판단과 설득, 동기부여와 자극이 더없이 중요하다. 좋은 선생이 훌륭한 인재를 만드는 것처럼, 엄마의 현명한 다이어트 지도가 아이를 소아비만으로부터 탈출시키는 열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소아비만의 답은 바로 부모에게 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거꾸로 말하면 우리 아이들처럼 어른들도 의심없이 순수하게 다이어트를 진행하면 큰 어려움 없이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아이는 여러모로 어른의 거울이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칼럼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