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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조화 이루는 바둑 묘미 유럽인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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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철학을 지닌 바둑에 매료돼 유럽 어린이에게 바둑을 가르치기로 결심한 야닌 뵈메.

야닌 뵈메(Janine Boehme)는 드레스덴 공대에 다니는 23세의 독일 여성이다. 1차 유럽바둑지도자 연수에 참가하기 위해 옛 동독 지역인 드레스덴에서 함부르크까지 찾아왔다. 바둑은 2006년 무렵 일본 만화 『고스트바둑왕』에 매료돼 배우기 시작했고, 지금은 아마추어 1단 실력이 됐다고 한다. 목소리가 우렁차서 깜짝 놀랐다.

 “가라테를 좋아해요. 그러나 바둑을 더 좋아해요. 바둑엔 체스와 다른 동양의 그 무엇이 담겨 있거든요. 정적이고 마음의 조화를 중시하는 동양철학이 있어요.”

 야닌은 2009년 3월 한국에 와 4개월간 강원도 횡성의 킹스바둑센터에서 바둑공부를 하기도 했다. 채식주의자로 음식 조절이 힘든데도 멀고 먼 한국의 시골까지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바둑은 좋은 점이 너무 많아요. 나는 좋은 걸 알면 그걸 다른 이에게 가르쳐주지 않고는 도저히 못 배기는 성격이에요.”

 유럽지도자연수는 프랑스·독일·스위스 등지에서 성공적으로 바둑 보급활동을 펴고 있는 아마추어 강자 황인성-이세미 부부의 제언에 명지대 바둑학과 정수현 교수와 한국기원이 화답하면서 시작됐다. 바둑 보급을 어른이 아닌 유소년부터 시작하고 그를 위해 현지 교사부터 양성하자는 프로젝트다. 1차 연수엔 유럽 전역에서 29명이 모였는데 그중 절반 이상은 직업이 교사다. 전문 바둑강사도 꽤 있다. 돈은 상관이 없다. 모두 바둑이 너무 좋아 누군가에게 가르쳐줘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인데 대학생인 야닌도 바로 그들 중 한 명이다. 이들이 가르치는 유소년은 현재 950명. 황인성(31)씨는 3년 후 바둑교사 114명, 학생은 2650명으로 늘리는 야심찬 목표를 밝혔다.

 함부르크는 여류국수였던 윤영선 8단이 독일 남성과 결혼해 정착한 곳으로 매년 ‘기도컵(KIDO KUP)’이란 대회가 열리면서 어느덧 유럽바둑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18∼20일 열린 이 대회엔 250여 명의 유럽 선수가 참가했고 그 기간 중 지도자 연수도 함께 열렸다. 한국기원에서도 양재호 사무총장, 유창혁 상임이사, 하호정 3단, 강승희 2단이 참여했다. 헝가리 대사를 역임했던 서대원 아시아바둑연맹 회장도 직접 사회를 보는 등 힘을 보탰다. 이 같은 유럽 바둑 보급의 중심엔 열렬한 팬인 기도산업 박장희 회장이 있다. 박 회장은 기도컵 대회와 유소년 프로젝트의 스폰서이자 기획자다.

함부르크=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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