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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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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코피」광을 얘기하면서 문호「발자크」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하루에 평균 60잔의「코피」를 마셨다. 그의 걸작들은 대부분이 그「코피」의 덕분에 집필된 것이었다. 「인간희극」한편을 탈고 하는데 무려 5만잔의「코피」를 마셨다는 거짓말 같은 진짜 얘기도 있다. 그가 시신경장애와 심장병으로 불과 51세로 세상을 떠난 이유도 짐작이 가는 일이다.
악성「바흐」의 「코피·칸타타」는「코피」의 맛과 매력을 구가하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런 구절이 생각난다.
『아아, 어찌 이「코피」의 맛을 알랴. 잠잠하라. 아무 말도 말자.』
영국의 「코피」점은 『자유롭게 방담하는 장소』 로 번창하고 있다.「파리」의 「카페」 도 역시 그런 장소이며 다만 집회소의 역할로 한몫 더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1789년7월14일에 일어난 「프랑스」 혁명은 청년혁명가들이 밤마다 「카페」에 모여 「루이」 16세의 폭정을 규탄한 것에서 시작된다. 열혈청년 「카뮈·드· 므랑」은 「카페」의 「테이블」에 올라서서 열변을 토한다. 「카페」를 나와 「바스티유」 감옥으로 가자!』 「카페」의 불평불만은 기어이 밖으로 터져 「프랑스」혁명이 일어났다.
「프랑스」의 철학자「사르트르」가 「시몬·드·보봐르」와 합께 등장하는 「소르본」 광장의「카페·마이유」는 마치 지식인의 사랑방처럼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이집은「코피」맛이 유달리 좋은 것도, 또 장식이 별난 것도 아니다. 「사르트르」일당이 모여 늘 무엇인가 열심히 토론하는 가운데 그런 분위기와 명성이 생긴 것이다.
우리나라의 다방들은 무엇 하는 곳이라고나 해야 좋을까. 얼른 그럴듯한 궁리가 나질 않는다. 더위라도 식힐양으로 노변의 다방에 들어가 앉으면 숨이 차게 아가씨가 다가서서 무얼 마시겠느냐고 다그친다. 어쩌다 시간이라도 지체하면 이번엔 구박이 자심하다. 앉은 자리는 금방 바늘방석이 되어 버린다.
「마시는것」만 해도 그렇다. 오뉴월삼복에 따뜻한 홍차라도 청했다간 눈총이나 받기에 십상이다. 그다음엔 냉수 한잔 청하기가 민망해서 일어나야 한다.
당국의 「차값 자유화」는 결국 또하나의「다방고」를 보태 주었다. 도심지에선 아예 어디 들어앉을 엄두를 못낼 지경이다. 찻값 자유화에 앞서 우리나라 다방들은 우선 그「모럴」부터 좀 어떻게 규제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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