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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경고음 … 젊은 실무형 경제자문회의로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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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했다. 박 대통령 왼쪽은 현정택 부의장, 오른쪽은 김현아 자문위원.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동안 허울뿐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국민경제자문회의가 확 바뀐 채로 재탄생했다. 29일 청와대에서 첫 회의가 열리자마자 한국경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보고서를 내면서다. 의장 자격으로 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 역시 보고서에 수긍하며 자문회의의 역할에 힘을 실어줬다. 형식적인 자문을 구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고 성장 잠재력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며 “고령화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북한 위험까지 안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고용률 70%와 중산층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추격형에서 선도형 창조경제로 근본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민경제자문회의는 여러 차원에서 이명박정부 때와는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헌법에 명시된 대로 경제와 관련된 ‘최상위 대통령 자문기구’로 부활했다는 점이다. 자문회의는 1987년 헌법 개정 때 둘 수 있도록 규정됐지만 실제 설치된 것은 99년 김대중정부 때였다. 외환위기 직후 국가경제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자문기구로 출범한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정부에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국가브랜드위원회·미래기획위원회 등으로 위원회가 세분화되면서 자문회의 역할이 크게 후퇴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정부에서는 위원회가 너무 많아 위원회끼리 경쟁하다 보니 국민경제자문회의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아주 작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에서 난립됐던 경제 관련 각종 위원회를 이번에 대거 폐지하면서 자문회의 역할과 기능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망은 이날 발표된 4개 분과 조직의 체계를 보면 알 수 있다. 4개 분과는 5년 임기 중 집중해야 할 분야만 선택한 것으로, 창조경제·민생경제·공정경제·거시금융으로 나눠졌다. 박 대통령은 일일이 역할을 당부했다. 거시금융분과엔 “엔저와 미국의 양적 완화, 유럽의 재정위기에 대해 주기적으로 점검해달라”고 했고, 창조경제분과에는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과제들이 제대로 추진되는지 점검·평가하고 보완이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기탄없이 의견을 달라”고 했다. 공정경제분과엔 경제민주화를 위한 불공정 관행의 개선을, 민생경제분과엔 하우스푸어 대책과 부동산 대책 점검을 각각 주문했다.

 자문회의에는 그동안 주로 경제원로들이 참여했던 관행에서 탈피해 실무형 전문가들이 대거 포함된 것이 눈에 띈다. 지난 정부에서는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처럼 이명박 대통령 사람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부의장에 임명됐지만 이번에는 박 대통령과는 크게 인연이 없는 현정택(64) 인하대 교수가 중용됐다. 그는 경제수석과 한국경제개발원(KDI) 원장을 역임했다. 위원들은 경험이 풍부한 50~60대가 대부분이며 40대도 7명 포함됐다. 최고령은 미 하원에서 3선 의원을 지낸 김창준(74) 정경아카데미 이사장이다.

 창조경제분과에는 최원식(45)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와 이성용(51) 베인&컴퍼니 대표 같은 글로벌 컨설팅 회사 전문가들이 발탁됐다. 민생경제 분야에서는 대통령직인수위원이었던 안상훈(44)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다시 포함됐다. 안 위원과 이상빈(61)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를 포함해 9명이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공정경쟁분과위원장을 맡은 서동원(61)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꾸준히 공정위원장 후보로도 하마평에 올랐던 공정거래 전문가다. 거시금융분과의 정갑영(62) 연세대 총장은 청와대 비서실장 하마평에 오를 정도로 정무적 감각이 높은 거시경제 전문가다. 당연직 위원으로 허태열 비서실장과 현오석 경제부총리,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조원동 경제수석, 최순홍 미래전략수석이 참여한다.

김동호·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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