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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에 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사회는 곧 잘 필요악이라는 이름으로 불륜을 체념한다. 요즘 큰 화제를 모으고있는 경제깡패까지도 그들의 정당성을 항변하고 있다고 들린다. 듣기에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경제·사회의 발전에 따라 분업화가 촉진된다는 것은 필연적인 현상이겠지만 그렇다고 깡패의 유형이 정치깡패니 경제깡패니 심지어 연예인을 등치는 문화깡패에 이르기까지 다양화 했다는 것은 아무리 범죄가 사회적 산물이라고 한다손 치더라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경제깡패라는 말을 듣고 문득 느낀 것은 본질적으로 무지의 소산인 폭력이 차츰 지능화해 간다는 사실이며 그것도 자연발생적이 아니라 필요악처럼 분식되어 마치 그 행위가 사회를 위한 것인 양, 조직화되고 또한 그 조직이 공공기관에 의해서 조성되고 특히 그 조직이 공기업에 의해서 활용·조장되었다는 어처구니없는 사실이다.
멀지않아 그 시비가 분명히 가려지겠지만 문제는 범죄의 동기나 범죄의 색출, 그 사실자체보다도 사회질서를 지킨다는 이름 밑에 이열치열식인 사고방식으로 필요악을 조성하여 이것을 정당시했던 몰지각한 사회풍토가 한구석에도 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주주총회에서 떠들어대는「총회꾼」이 귀찮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견제하기 위해서 조직화된 폭력을 고용하고 그들을 동원했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근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 주식의 대중화를 추진하고있는 마당에 영세주주의 발언권을 봉쇄하기 위하여 폭력을 고용한다면 그 누가 주식에 투자하겠는지? 물론 총회꾼 도 사회악의 하나임에 틀림없겠지만 문제는 투자자에 의해서 선임된 경영층이 투자한 자본가의 발언을 폭력으로 봉쇄해서야 될 것인가. 그리고 왜 경영자 측이 폭력을 고용해서까지 투자자의 발언권을 봉쇄하지 않으면 안되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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