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수 여사 저격사건 수사본부장 김일두 변호사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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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두

고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 수사를 맡아 범인 문세광을 기소했던 김일두 변호사가 28일 별세했다. 90세.

1923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난 고인은 진주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48년 제2회 조선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며 법조인의 길로 들어섰다. 50년 검사로 임용돼 80년 대검 차장을 끝으로 물러날 때까지 30년간 검찰에 몸담았다.

서울지검장 시절인 74년, ‘대통령 저격사건 수사본부’ 본부장으로 광복절에 발생한 고 육 여사 저격 사건의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그는 당시 수사와 관련 “문세광은 검거 초기 ‘전투하여 승리한다’는 북한식 문구를 사용하며 범행을 부인했지만 사형 전에는 ‘육 여사에게 사죄를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

 고인이 법조인이 되기까진 곡절이 많았다. 일제 강점기에 고교를 졸업한 그는 징용을 피해 초등학교 교편을 잡았다. 법조인을 꿈꿨지만 가족들은 안정적인 직업을 그만두는 걸 반대했다고 한다. 결국 굳은 마음을 먹고 대학에 진학했고, 고시 공부에 매진해 합격했다. 고인의 고향 후배이자 검찰 후배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강한 의지를 갖고 성공하신 선배”라며 “무척 인자해서 따르는 선후배들이 많았고 검찰총장이 되실 걸 의심해 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고인은 81년 개업 이후 총 1만5000회가 넘는 무료변론에 나선 공을 인정받아 2000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고려대 교우회장, 검찰 동우회장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쳤다. 취미도 다양해 기행문과 수필집을 여러 권 냈고, 수석 수집과 소형 영화 촬영 등에 능했다.

 유족은 부인 최지엽씨와 아들 상수(두원실업 대표)·상영(대한정밀 대표)·상국(사업)씨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30일 오전 9시30분. 02-3410-6917.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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