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규제가 없어야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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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근혜 대통령이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에 거듭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그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도 안 되겠지만,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있어서도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국내 기업 역차별 언급은 지난달 같은 회의에서 “국내 기업이 역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이래 벌써 네 번째다.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가 절실한데 각종 규제와 역차별로 국내 기업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발언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거듭된 당부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과 입법은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경제민주화와 공정 경쟁이라는 명분으로 도입되는 온갖 규제들이 국내에 진출한 거대 다국적 기업에는 거의 적용되지 않고, 국내 기업만 옥죄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당장 박 대통령의 국내 기업 역차별 금지 발언이 나온 27일 동반성장위원회는 국내 기업만 해당되는 동반성장점수를 발표했고, 맥도날드나 KFC 같은 외국계 패스트푸드 체인은 손도 못 댄 채 국내 대기업의 외식 프랜차이즈의 출점에 대한 엄격한 규제책을 내놨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징벌적 손해배상제 역시 오로지 국내 기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고, 납품단가 후려치기 또한 애플 등 해외 다국적 기업에는 속수무책이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수퍼마켓(SSM)에 대한 출점 규제도 국내 기업에만 적용되는 바람에 일본계 SSM의 배만 불려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통령의 의도와 실제 추진되는 각종 입법이나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는 형국이다.

 사실 공정거래법의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한 제한 조치는 국내 기업에만 적용되는 역차별적인 규제이고, 갖가지 명목으로 새로 도입되는 규제 또한 대부분 국내 기업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 역차별을 시정하는 첩경은 가급적 새로운 규제를 신설하지 않고, 기존 규제는 과감하게 푸는 길뿐이다. 역차별적인 규제를 사후에 시정할 게 아니라 아예 역차별의 근원인 규제 자체를 없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