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총리, 공연 검열로 구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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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문제의 풍자만화에 대해 "물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자신과 정부에 대한 풍자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한 연극을 검열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 연극은 고대 그리스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개구리'이다.

이 연극의 연출을 맡은 유명 연출가 루카 론코니는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당의 두 관리가 현 총리와 다른 두 국가 총리를 희화한 세 점의 대형 풍자만화를 무대 배경에서 철거하라는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론코니에 따르면 그는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시라큐스에서 있은 이 연극의 초연 직전, 이 풍자만화를 무대에서 철거하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한다.

론코니는 20일자 일 메사게로 신문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이는 검열이 실제로 존재함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와 검열은 상호 공존할 수 없다. 나는 예술에 반대한다면 반갑게 맞겠지만 정치적인 반대는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월요일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시라큐스에서 고대 연극이 실수로 점철된 희극으로 바뀌고 말았다"며 "정부는 검열이라고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예술계 인사들과 야당 측은 론코니에 지지 입장을 밝히며, 이번 사건은 현 정부가 자신의 언론 권력을 행사하려는 생생한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 일가는 이탈리아 최대의 미디어 기업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가 이끄는 정부는 현재 이탈리아 방송협회(RAI) TV 네트워크와 여기에 포함된 3개의 TV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론코니의 주장에 따르면 전진당 관료들은 "정부가 극장 및 공연 후원을 맡고 있으니 문제의 풍자만화는 철거시켜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만화는 평단으로부터 타락한 지배계층과 폭군을 암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물론 이 풍자화들이 내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예술 작품은 대상을 선택하고 뺄 권리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출범 이래로 베를루스코니 연립 내각이 예술 활동에 간섭한다는 비난은 이번이 벌써 두번째다.

이탈리아 영화 제작자인 마르코 주스티는 지난해 제노바 G8 정상회담 당시, 총격으로 한 시위자의 목숨을 앗아간 경찰의 폭력성을 다룬 다큐멘타리 영화가 정부 당국의 제지로 상영되지 못했다고 일요일 밝혔다.

프랑스 칸 영화제에 참석하고 있는 주스티는 로이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영화든 TV든 갖가지 방법을 모색했지만 정부 당국은 이 작품이 상영될 수 있는 모든 통로를 차단해 왔다"고 밝혔다.

ROME, Italy (CNN)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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