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씨의 정계은퇴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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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둔비공화당의장은30일 공화당을 탈당하는동시에 모든 공직을 떠나,정계일선에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김당의장은 이날 공화당 당무회의에서 『수일안에 본인의 신상에관해 본인 생애의 가장 중대한 결심을 발표하겠다.본인이 없더라도 박총재를 잘모셔 달라』 고 말했다고 공화당 대변인은 전하고있다.
지금은 김씨가 말하는바 그자신의 『생애의 가강 중대한결심』이 아직 발표되지않았으므로 그가 공화당을 탈당하고 모든 공직을 뗘나 정계일선에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히게된 동기와 의도가과연 무엇인지 정확히는 알수가 없다. 그러나 수일전「한국국민복지연구회」사건으로 김용태의원이 공화당에서 제명되었고 또 김의원이 김당의장의 복심으로 알려져 있는것으로 보아,김종필씨의 정계은퇴시사가 공화당내 주류·비주류간의 영도권 다툼에서비롯되지 않았나 하는 관측이 유력해지는 것같다.
주지하는바 김씨는 공화당의 창설자이고, 또 최근 수년래 공화당내「넘버·투맨」의위치를 계속 차지해온 인물로서 박대통령의 유력한 후계자의 한사람으로 지목되어 왔었다. 그러므로 그의 탈당및 정계은퇴시사는 비단 공화당 내에서만이 아니라,우리나라 정계전체에 대해서도 큰파문을 일으킬 소지를 담은대사건이라 하겠다. 김당의장의 탈당의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주로 박정희총재의 의중에 달려있는 것이고 박총재가 이문제에 관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게 될지는 현재로는 미지수에 속한다.
그러나 설령 공화당 탕당과 정계일선으로 부터의 은퇴의사를 순수하게 받아들인다하더라고 이로 말미암아 일어난 파국을 원만희 수습한다는것은 결코 용이한 일이아닌것으로 보이며 당내에 새로운 위치질서를 형성하는데는 많은 시일의 경과가 필요한것만은 충분히 내다 볼수있다.
작년총선에 있어서 원내 4분지3의 의석을 얻은 공화당은 비대를 극겠다.정당정치의 생리로보아 원내의석에있어 여·야간 결정적인 불균형이 조성되고,여당이 소수당의 존재와 의사를 무지하고서도 족히 집권을 해나갈수 있을정도로 몸집이커지면 자가분열의 위기에 부닥친다는것을 불가능한일이라 볼수있다.
그러나 집권당의 분열은 정국부안의 기본요인을 조성하는것이기 때문에 그들 자신에게 비극이 됨은 물론 국민적 입장에서도 경계를 요하는 것이다.
김당의장의 공화당탈당의사표시가 곧 당내에서 어떠한결과를 가져올지 좀더 두고보아야할 일이지만, 김씨가 당내외에서 점하고있는 정치적비중으로보아 그의 정계은퇴시사가 공화당에 심각한 문젯점을 던져주고 있는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공화당은 김씨개인의 정치적인 운명과 관련해서 갖은 풍운을 겪어온 정당인데, 이제 김씨가 동당을 떠난다고하느니 만큼 앞으로 공화당이 크게 변모할 가능성은 짙은것이라 하겠다. 박대통령의 후계경쟁문제를 둘러싸고 공화당은 조만간에 한번 격동을 겪지않으면 안될 운명에 있었다.하지만 다음, 총선까지 아직 3년이란 긴 시일이 남아있는데 굳은 인화로써 국난을 극복하는데 주력치않고 내분의 조기폭발을 보였다는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우리는 공화당이 당내민주주의를 활용하여 이시련을 원만하게 극복하고, 계속정국안정에 기여해 주시기를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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